드라마 초간단리뷰

실종느와르M / 극본: 이유진 연출: 이승영

Aminas 2016. 1. 12. 15:04

2015 - 8

10부작 / 실종느와르M

 

 

종영인듯 종영아닌 종영을 맞이한 실종느와르M.

덕분에 아주 대몰입했던 수사극 한 편을 뒤늦게 제대로 보았구나.

생각보다 시청률이 높지 않아서 시즌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난 정말이지 또 만나보고 싶은 류의 이야기...ㅠㅠ

김강우 엉엉. 그간 이렇게 멋진 캐릭터로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구.ㅠㅠㅠㅠ

오씨엔한테 고맙다 진정. 연기나 작품으로가 아닌 사람으로 매력을 먼저 느껴 좋아진 경우엔

작품내 캐릭터에 대한 갈급함이 좀더 큰 편인데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이 그렇게나 고맙다.

 

마지막회에선 예상 가능한 끌리셰들이 속속 등장하며 앞선 에비들보다는 반전이 덜하다면 덜했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했을 법한 길수현이 실종팀에 합류하게 된 이면이 다름아닌

오대영을 자극하여 제대로 이용당하기 위함이라니... 이런 씁쓸하고 된장같은 경우라니... 쩝쩝쩝...


9회에서 길수현이 그리고 10회에서 오대영이 쏜 때론 범인, 때론 용의자인 그들...

당시엔 최선이라고 여겼을 선택이었다 해도 이 모든 것이 정의를 위한 일이라 할 수가 없게 됐다.

길수현이 FBI 요원 시절에 받았던 질문 "그래서 정의가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찾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결정적 장면들 덕에 이 드라마가 다른 수사 드라마와 달리 보이게 되는 것 같아 더 좋구나.

 

사실 그간 선과 악이 대립하며 수사극을 이끌어가다가 결국 배후의 권력 앞에서 찜찜한 결말을 맞이하는 드라마라면 수도 없이 봐왔다.

어쩌면 실종느와르 역시도 이와 비슷한 결말을 맞이한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수사극의 영원한 테마와도 같은 정의와 불의의 대립을 이렇게 재대로 반문하게 한 건 개인적으로 완.전.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이다.

그럼에도 정의의 승리를 소망하던 길수현의 나레이션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옳다고 믿고 좇아왔던 신념이

불의를 가리켜야 할 총부리가

뒤죽박죽 엉켜 갈길을 잃고 애먼 곳을 향할 때의 심정이란...

그간 멋들어지게 사건을 해결하던 두 사람 길수현과 오대영의 촛점 잃은 눈이 너무 아프다.

열심히 일한 결과로 답답한 결말을 맞이한 진서준 역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법이 제대로 집행되고 지켜지길 소원하며 살지만

머리가 큰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게 순수하게 생각이란 걸 할 수가 없게 된다.

뉴스에 등장하는 뉴스의 이면을 망상하게 되고

사회현상에 괜한 딴지를 걸기 시작한다.

눈으로 직접 본 일들이, 주변에서 벌어졌던 사건이,

실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며 밝혀지는 작금의 진실들 때문에

가슴 한켠이 뻐근하고 뒷목이 당기는 일이 다반사다.

 

정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누군가는 그 열매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불의 또한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불의 의  열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불의가 정의를 이용하고 정의가 불의에 의해 처형되어온 역사.

비틀거리는 정의의 시대...


                                   - 오대영, 길수현의 독백 중에서-


부끄럽지만; 나 역시 진실을 쳐다보기조차 두려워하고 때로는 방관하며 시니컬한 자세로 일관하기 일쑤.

그러나, 그러다가도 이런 좋은 극을, 또는 좋은 글을 만날 때면 이렇게 또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비록 불의가 판을 치더라도 정의를 죽어라고 응원해야 한다고.

어렸을 적 배웠던 도덕이나 윤리 교과서에 등장하는 세상이 비록 저 먼 나라 이야기 같더라도

숭고한 노력과 눈물의 기적이 모여 누군가는 그 정의의 열매를 반드시 따먹게 될 거라고.

물론 난 오늘도 여전히 스리슬쩍 뉴스를 곁눈질하며 혀를 끌끌 차게 될 거고

세상을 향해 여전히 공허한 상상에 희망없는 푸념을 내뱉겠지만

그럼에도 정의는 비틀거리며 조금씩은 앞으로 나아갈 테니까.

짙은 어둠을 가르는 여린 불빛의 정의가 간혹 불의를 이겨주기도 할 테니까.

백퍼센트 희망없는 세상은 너무 삭막하잖아...

글이 보통때와는 다르게; 조금 우울한 면이 없지 앉지만

이런 극을 보면 또 이렇게 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