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그 대중음악에 대한 정보에 대해 늘 갈증을 느낀다.
예전에 비해 방송에서는
대중음악에 대한 정보는 둘째 치고
대중음악 자체 보다는 가수들의 신변잡기나 사생활들에 대한 이야기만 넘쳐나니
미흡한 비전문가인 대중들은 전문인만큼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뮤지션들과 좋은 음악, 새로운 음악에 대해 더욱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음악에 대해 간간히 해박한 지식으로 즐거움 내지는 날까로운 필적을 쏘시는 분들이
바로 대중음악평론가들이 아닌가 생긱한다.
많은 분들이 계시겠지만 오래되신 바로 이 분, 임진모 님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무슨... 대중음악평론가까지 좋아하냐 하시겠지만,,,^^
여러 매체 서면으로, 가끔 TV로, 대중음악에 대한 전문적 식견에 많은 도움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음악에 대한 애정 뿐만 아니라, 음악을 하는 뮤지션인 사람에 대한 애정도 가지고 계신 분이라 느껴지기에
더욱 존경한다고나 할까...ㅎㅎ
그래서 오늘은, 예전에 올려진 글이긴 하지만,
임진모닷컴(izm.co.kr)애 올려졌던 글 하나를 붙여본다...
요즘에 참... 멜로디에 감동받기가 어렵다.
기교 내지는 퍼포먼스 위주의 음악이 많은 편이니...
그래서 더욱 소중해지는 감동의 작곡가들이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진정... 한국의 대중음악... 상상이 되질 않는다...
◆ 이즘(IZM) 개설 6주년 기념 특집 "1990년 이후, 우리를 감동시킨 작곡가 TOP 20"
음악은 가수의 능력만으로 완성될 수는 없습니다.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가수는 작사가, 전문 연주인, 녹음 엔지니어 등 한 곡이 완성되기까지 노력한 많은 사람들의 대표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첫 시작점은 누구일까요. 작곡가가 아닐까 합니다. 바로 노래의 기본 골격이 되는 멜로디를 창작한 이들이지요.
작곡가의 이름은 항상 뒤에 위치하기에 기억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들의 작업이 없었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수많은 명곡들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데 말이죠. 그래서 저희 이즘에서는 사이트 오픈 6주년을 기념하여 두 번째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우리를 감동시킨 작곡가 TOP 20'입니다. 요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인물을 밝히기 위해 시기는 역시 1990년 이후로 한정했습니다.
비록 순위로 차등을 두었지만 칼로 자르듯이 냉정하게 구분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스무 명의 명단으로 뛰어난 음악작가들을 모두 담아낼 수 없기에 이 설문이 완벽한 기준이 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 왕성하게 활동한 작곡가를 가늠하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악보를 사용하여 이해를 돕도록 하였습니다.
설문은 이즘필자 17명 외에도 강기영, 김홍범, 김재희(이상 방송 PD)와 김영식, 유병렬, 이주엽(이상 음반기확자)등 외부전문가 16명이 도와주셔서 모두 33명이 참여한 결과입니다. 설문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울러 이즘을 찾으셔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방문객 여러분께도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합니다.
● 1위김형석 (17표)
1990년대의 주류음악을 주도한 작곡가로서 편곡까지 포함, 800여곡 이상을 가지고 있는 그의 음악을 사람들은 흔히 "'테마'가 살아있다"라고 얘기한다. 이는 곧 철저히 동기 중심으로 풀어가면서 한가지의 주제를 반복 진행시킨다는 뜻일 텐데 조금만 더 쉽게 설명을 하자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부분, 즉, 1악장의 1테마 부분인 그 동기는 이 악장이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 변주되면서 풀어진다. 전혀 다른 모티프로 엮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 주제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동기를 발전시켜가는 방법 중에는 가락과 리듬까지 동일한 부분을 계속 반복시키기, 또는 리듬이나 가락이 서로 대조적으로 움직이게 하거나, 리듬은 같지만 가락에 변화를 줌으로써 발전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 마지막의 경우가 바로 '동형진행'이라는 것인데 국내 작곡가중 이 부분에의 재주꾼이 바로 '김형석'이다. 실제로 김형석은 인터뷰에서 곡을 쓸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바로 이 '동형 진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대표곡 중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그대 내게 다시'만 보더라도 한 가지 테마를 얼마나 잘 이끌고 가는지 볼 수 있다. 악보를 보면, A부분과 B부분은 ♩=♪♪로 나눠준 것 이외에는 아주 동일한 형태를 가지고 있고, B부분과 C부분을 살펴보더라도 A부분에서의 2분음표를 ♩♩로 그리고, ♩. ♪♩은 모두 똑같은 리듬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대 내게 다시'는 한 가지 주제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켜나가는 발라드의 명곡이다.
대표곡
내게 오는 길(2000), 처음처럼(2001) -성시경
I believe(2001) -신승훈
사랑이라는 이유로(1996) -김광석
꿈, 이 밤의 끝을 잡고(1995) -솔리드
● 2위서태지 (16표)
서태지의 곡 만들기 방법론은 '스퀴즈' 아니었을까. 전술적 번트로 점수를 짜내는 치밀한 작전처럼 그는 단순히 멜로디를 풀어내 곡을 완성한 것이 아니라, 초벌구이를 거쳐 유약을 바르고 재벌구이로 들어가는 식의 마치 쥐어짜내듯 고통스런 과정을 통해 곡을 만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여러 패턴의 곡을 동시에 그렇게 만들어낸 뒤, 마지막에 하나로 통합하는 식이었다는 점! 원대한 자기 이상을 담은 '큰 그림'을 상정해놓고 여러 '밑그림'을 그려 그것을 합일시키는 기법이었다. 스퀴지에다가 '콜라주'도 동원한 셈이다.
1990년대 우리 대중음악 판을 송두리째 뒤흔든 '난 알아요' '하여가'가 그렇게 탄생했다. 따라서 이 2곡은 '작은 교향악'(Little Symphony!)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다. 하나의 곡일지라도 파고 들어가면 거기에 서너 패턴의 곡이 얼키설키 공재(共在)했던 것이다. 일례로 '난 알아요'의 속에는 랩, 프로그레시브 그리고 전통적 멜로디 파트 등 적어도 서로 다른 세 가지 패턴의 곡이 존재한다.
'하여가'에서 유일한 농악의 선율악기 태평소를 활용한 것은 그 재능의 꼭짓점. 뒤에는 스트레이트하고 강한 것, 그리고 늘 새것을 찾아갔다는 점에서 약간의 집착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는 언제나 동급 최강이었다. 총기와 재기에 넘친 곡 만들기로 그는 세상을 지배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열풍을 견인한 실질 동력은 서태지의 탁월한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역량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표곡
난 알아요(1992년)
하여가(1993년)
죽음의 늪(1993년)
울트라맨이야(2000년)
● 3위김창환 (11표)
'댄스 음악을 주류로 끌어올린 일등공신"(KBS 라디오 프로듀서 민일홍) 1990년대 가요계를 '김창환'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생각할 수가 있을까. 그에게 속한 모든 가수들의 스타덤과 더불어 '이미지'까지 만들어내는 '프로듀서' 주체의 음반 비즈니스의 부상, '200'만장 시대라는 음반 산업의 황금기를 주도, 레게음악, 하우스 음악을 가요에 정착 등의 수식어는 온통 그의 이름 앞에 붙여도 모자람이 없다.
무엇보다 그는 작곡가이기 전에 시대를 지배하는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내는 프로듀서의 눈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요소들을 곳곳에 도입해 한국 가요의 핵심인 '쉽고 잘 들리는 멜로디'를 결합, 가공할만한 히트 세례를 퍼부었다. 1990년대 댄스계를 평정한 그의 노래는 전면적으로 '뽕짝 댄스'라 불리는 하우스 음악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 이 리듬의 출발은 춤추기 위해 흐느적거리는 '그루브'를 위함이었지 감상의 목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 리듬에 1980년대를 시작으로 1990년대 온 세계를 휩쓴 '레게(reggae)', 랩, 라틴 등을 가미해 가뜩이나 흥겨운 리듬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바로 한 번에 쏙쏙 들어오는 캐치한 선율이라는 '팝'의 요소들과 결합해 레게 팝, 라틴 팝 등의 이름을 대중성으로 멋지게 포장한 것이다.
대표곡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1992), 핑계(1993), 잘못된 만남(1995) - 김건모
날 울리지마(1991) - 신승훈
꿍따리 샤바라(1996) - 클론
상상속의 너(1995) -노이즈
나 어떡해(2003) - 베이비복스
● 4위
윤상 (10표)
"한국형 일렉트로니카의 선구자, 베이시스트 출신답게 독특한 '윤상표 리듬구조'는 어언 20년이 되가는 지금도 가요팬들에게 유효하다"(KBS 라디오 프로듀서 민일홍)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의 음악을 듣고 자라온 뮤지션들에게 '윤상'의 음악은 정신적 멘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윤상'하면 떠오르는 사운드, 이를테면 전자 음악, 월드 뮤직을 향한 무한한 애정, 혹은 일렉트로니카 등 김동률, 유희열과 같은 음악인들에게는 그의 이런 뮤지션으로서의 실험적인 사운드란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솔로 앨범에서 이렇듯 '스타일리시'한 편곡에의 새로움을 실험했다면, '작곡가'로서의 그의 능력은 히트곡 목록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사랑을 받아 지금도 애청되는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 드라마 주제곡 '파일럿' 등을 거쳐 최근에 '팀(Tim)'에 이르기까지 그 사운드 패턴은 늘 같으면서도 그 안에 대중성을 정확히 간파한 멜로디 조탁감각이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팀(Tim)'의 데뷔곡인 '사랑합니다'는 악보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화성학의 '세컨더리 도미넌트'라는 문법에 정확히 들어맞는데 이렇듯, 정해진 화성에 철저히 내 맡기고도 그 속에서 오롯이 담아내는 선율이란 너무도 단아하고 대중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대표곡
보랏빛 향기(1990) - 강수지
입영열차 안에서(1990) - 김민우
이별의 그늘(1991) - 윤상
파일럿(1993) - 정연준
● 공동 5위신해철 (9표)
"끊임없는 자기 진화! 가요계의 데이빗 보위"(음악평론가 고영탁). 그의 출발은 전도유망한 '밴드'였지만 그를 스타덤에 올린 것은 '안녕'이라는 아이돌 가수 이미지였다.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영원한 희망가 '그대에게'의 무한궤도, 철저한 가요앨범이었던 솔로 앨범들, 그러나 '진짜' 자기 음악을 시도한 건 '넥스트'가 그 시발점이었다. 늘 자기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사운드에 대한 치열한 실험, 변화에 대한 열망은 그를 늘 진화하게 했고, 넥스트, 노댄스, 모노크롬, 비트겐슈타인을 거치며 이를 더 구체화시켰다.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 국악, 일렉트로니카, 재즈와의 접목은 때론 너무나 장황했지만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을 넓혀온 그의 음악의 중심에는 늘 '메탈'이 있었다. 기타리스트로 출발한 '밴드'중심의 음악을 추구해온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필살의 멜로디를 가진 발라드들에서도 이런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결코 코드에 기대지 않는, 악보를 보면 허망할 정도의 간단한 코드 프레이즈로 '나에게 쓰는 편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의 선율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 여타의 작곡가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아우라는 결국 록, 메탈에 깊게 뿌리를 박고 있는 그의 감성 덕분이 아닐까.
대표곡
안녕(1990), 재즈까페, 나에게 쓰는 편지(1991) -신해철
도시인(1992), The ocean(1994) - 넥스트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1999) - 모노크롬윤일상 (9표)
젊은 음악 팬들에게는 그가 단지 '쿨'과, '엠씨 더 맥스'등으로 대표되는 한 철 여름노래를 쓰는 '댄스 곡의 귀재' 정도로만 알려져 있겠지만 그는 발라드에서도 그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선율이 수려했던 터보의 '회상', 김범수의 '보고싶다' 등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는 그의 스테디 셀러다.
그의 이런 히트곡 제조에는 아주 중요한 법칙이 하나있다. 바로 선율의 진폭을 크게 하지 않는다는 것. 보통 규모가 큰 스트링과 다양한 악기소스들로 덩어리가 커지면 차분한 '감상'을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쉽게 따라 부르는 유행가의 미덕은 획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쉽고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그의 과녁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선율의 움직임이 적어야 한다는 것을 정확히 짚어냈다. 1번 '회상'은 동형진행인 동시에 그 폭이 크지가 않으며, 2번의 '운명'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박지윤의 '아무것도 몰라요', '이소은'의 'Charm'에서와 같이 그가 무언가 동양적인 느낌을 담은 곡을 쓸 때는 어김없이 베이비 페이스(Baby face)가 작곡한 마돈나(Maddonna)의 'Take a bow'의 패턴을 사용하는데 이는 위의 두 곡과 'Take a bow'의 후렴 직전의 전개방식이라든지, 스트링을 이용한 리듬 , 펜타토닉 스케일(Pentatonic Scale) 의 5음계를 사용한 작법 등이 아주 닮아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펜타토닉 스케일 - 메이저 스케일의 1,2,3,5,6음으로 구성되며, 음 간의 반음이 없다. 블루스와 아일랜드 등의 민속음악에서 볼 수 있음.
대표곡
정(1996) - 영턱스클럽
회상(1997) - 터보
하루(2000), 보고싶다(2002) - 김범수
운명(1996), 해변의 여인(1997) - 쿨
● 공동 7위강현민 (8표)
"강현민식 코드진행이 느껴질 정도로 자기색깔이 확실한 작곡가 중 한 명이다."(기타리스트, 음반 프로듀서 유병열) 작곡가들마다 감수성이 다르듯, 그들마다 즐겨 쓰는 방식과 코드워크가 분명 있다. 이것이 과하면 자기 복제라는 오명을 남기지만 타고난 감성에 기대는 정도라면 그것은 그 뮤지션만의 고유한 분위기이고 아우라이다. 그의 부동의 히트곡 '인형의 꿈', '주문을 걸어'만 보더라도 'F'다음에는 거의 어김없이 'E7코드로 진행하는 확실한 자기 진행이 있지만 여기에는 이런 이론이 지배하기 이전에 감성으로 먼저 호흡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일기예보'로 시작해 '박혜경'이라는 여성 모던 록 주자의 목소리를 거쳐 '러브홀릭'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매특허는 감미로운 팝의 멜로디와 진중한 록 사운드를 담은 모던 록이었다. 어느 한 곳에도 치우치지 않은 그의 음악은 그래서 양쪽의 청감을 모두 만족시키며 현 오버그라운드의 모던 록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뮤지션으로 우뚝 서있다. "기타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투박한 가운데서 눈이 절로 감기도록 만드는 애틋한 선율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음반 프로듀서 김영식), "한국식 모던 록을 가장 잘 담아낼 줄 아는 음악쟁이(CBS 라디오 작가 소승근)
대표곡
인형의 꿈(1996) - 일기예보
It's you(1998) - 더더밴드
주문을 걸어(1999) - 박혜경이현도 (8표)
"1990년대 한국 힙합 음악의 새 장을 열었던 마에스트로"(EBS 라디오 작가 안재필). 1990년대, 이현도라는 음악적 브레인을 가진 '듀스(Deux)'는 힙합과 랩, 스피드와 파워를 내건 사운드로 마니아까지 사로잡았다. 비트박스와 스크래치, 정통 뉴 잭 스윙, 힙합 , '미래'에서 드럼 앤 베이스라는 생경한 장르를 선보이기도 한, 누구보다 사운드의 탁월한 감각을 선보인 그의 음악은 저음과 리듬의 강조, 특히 굵직한 베이스의 볼륨감은 그만의 사운드를 창조하는데 일조한다. 이렇듯, 구본승의 '너 하나만을 위해', 유승준의 '열정', 룰라의 '3!4!' 등의 히트곡으로 정리되는 그의 곡은 어떤 작법의 방식보다 편곡과 프로그래밍에서 나타나는 이현도만의 댄서블 사운드에 있다.
디오사운드의 정체를 알린 1998년 작, '폭풍'은 기타리스트 '한상원'과의 합작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의 펑키(funky) 기타 사운드는 말할 것도 없고, 장르 특성상 단순한 반복 속에서 뽑아내는 멜로디와 긴장과 해결의 도식이 잘 표현된 작법 또한 언급해야 한다. 지속되는 한 코드 속에서 잘게 나눠진 멜로디는 그 리듬과 독특한 보컬 이펙터가 절정으로 치달으며, 코러스와 함께 도약하는 곡의 전개가 아주 뚜렷한 수작이다. '듀스 사운드'의 최대 수혜자인 언타이틀의 '유건형'을 탄생시키기도 하며 대한민국 힙합 히스토리에 하나의 선명한 발자취를 남긴 뮤지션으로 기록된다.
대표곡
약한 남자(1993), 여름 안에서(1994) - 듀스
3!4!(1996) - 룰라
말해줘(1997) - 지누션
열정(2001) - 유승준
바보같은 내게(2002) - 김범수
정석원 (8표)
"6장의 명반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MBC 라디오 프로듀서 김재희) 가수 윤종신은 그를 보고 '곡을 쓰는 순간, 믹스다운까지 그려놓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런 그의 역량이 절정에 달했던 것이 바로 박정현의 4집
인터뷰에서 그는 프로듀서로서 고집하는 것이 '듣는 사람은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묘한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오랫동안 불리는 히트곡들을 만들지만 분명, 한 시절 유행가로 남겨지지 않는 이유이다. 실제로 데이빗 포스터(Daive Foster)를 연상시키는 박정현 5집의 'Long goodbye'는 건반만 떼어놓고 보더라도 그 편곡 방식이 모두 다르다. 1절의 코러스로 들어가기 바로 전인 '머릿속은 멍해지네요'와 2절의 '그날들이 암담하네요'의 두 부분에서의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소리의 차이는 같은 구조 안이지만 바로 코드 자체를 다르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꿈에'의 코러스, '미장원에서'의 점차 상승하는 구조는 모두 한 곡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담아내려 한 그의 섬세한 의도이다.
대표곡
텅빈 거리에서(1990), 아주 오래된 연인들, 수필과 자동차(1992), 신인류의 사랑(1993) - 015B
꿈에, 미장원에서(2002), 앤(2003) - 박정현
● 공동 10위 김광진 (7표)
"그의 곡은 소시민의 감성을 간직한 채 지고지순의 낭만을 향한다(웹진 '음악취향Y' 필자 윤호준)" '어른들을 위한 동요', '국민가요'로 애송되던 '마법의 성'으로 그를 기억하지만, 그의 음악은 사실 발라드만으로 한정시킬 수 없을 만큼 그 스펙트럼이 참으로 넓다. 실제로 '김광진'의 이름이 가져다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곡을 앨범 단위로 듣는다면 아주 다양한 장르를 들을 수 있다.
또, 대표곡 중의 하나인 이승환의 '내게'의 구조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아주 멜로디를 엮는데 능한 작곡가이다. 이는 곡의 동기를 변주시켜나가는 '테마'와는 다른 얘기이며 예를 들면, '그렇게 기다리던..'으로 시작하는 A파트와 A', '돌아갈 수 없는 날이..'로 시작하는 B파트와 B', '약해지지 마 흔들리지 마,,'의 C와 C'의 3파트가 모두 독립적인 '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 그릇에 담아낼 멜로디의 아이디어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한 가지, 그는 메이저와 마이너 발라드에 모두 능하다. 상기한 '내게'를 비롯해, '마법의 성', 펑키한 리듬의 '여우야' 등의 곡은 메이저로 묶이지만, 초기 이소라에게 주었던 '처음 느낌 그대로', '기억해줘', 1980년대 펑키(funky)한 고고리듬을 타는 '동경소녀', '비타민' 등은 마이너의 스케일에서 나온 음표들이다.
*단음계 - 자연단음계, 화성단음계, 가락 단음계
이 중, 자연단음계는 2,3번째 음과 5,6번 째음 사이가 반음 관계인 스케일이다. '기억해줘'는 Bm7 - Em - A등으로 진행하는 b-minor, '처음 느낌 그대로'는 F#m - C#/E# - C#mb5/E 등으로 진행하는 f#-minor이다.
대표곡
마법의 성(1994), 여우야(1995) - 더 클래식
편지(2000), 동경소녀(2002) - 김광진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1991) - 한동준
내게, 덩크슛(1993)- 이승환
처음 느낌 그대로(1994) - 이소라

"비 대중적 재즈 어법을 가장 성공적으로 주류 가요에 끌어들였다"(음반기획자 이주엽). 영원한 명작 '춘천가는 기차'로 '보사노바'라는 생경한 장르도 국내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음을 시험했고, 이후에도 국내 가요에 '재즈'의 접근법을 과감히 도입, 풍성한 가요계를 일궈냈다. 그의 곡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자재로 조옮김을 통해 곡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능하다는 것이다. 조옮김의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듀엣곡에서의 남,여 음역대를 맞추기 위함인데 그는 듀엣곡에서는 물론 '춘천가는 기차', '나를', '난 행복해', '고백' 등으로 분위기와 흐름에 따라 감각적으로 키(Key)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이기에 이런 섬세함을 주 무기로 한 듀엣곡이 사랑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키를 변화시키는 방법에는 반음 위, 단3도 아래 위, 장3도 아래 위, 공통화음을 통한 조바꿈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E-key에서 C-key로의 이동이 자유자재로 이루어지는 '고백'정도를 제외하면 그는 '단 3도'의 이동을 통한 조바꿈을 특히나 많이 사용한다. 스네어 드럼이 등장하는 동시에 C-key로 변화시킴으로써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춘천가는 기차'가 그렇고(key C-Key A -Key C), '난 행복해('key F - key Ab), key C의 단 3도 아래인 key A, 그리고 다시 반음 위의 key인 Bb으로 이동하는 '나를' 등이 모두 이런 경우이다.
*단3도 - A와 C, 즉 라와 도의 음정관계는 3도에서 반음인 시와 도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단 3도가 된다.
대표곡
춘천가는 기차, 동네(1989), 그대안의 블루(1992)- 김현철
난 행복해(1994), 청혼(1996) - 이소라

그룹 '어떤날'이 후배 싱어 송 라이터들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유희열은 물론, 전람회의 2집 '마중가던 길'은 학창시절 동경하던 그의 연주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쓴 곡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희은, 그가 음악을 담당한 영화 '마리 이야기ost'의 유희열과 성시경을 비롯, 그의 노래를 부른 가수들의 보컬들이 하나같이 모두 그러하듯, 무언가 읊조리듯 이야기하는 소박한 감성을 대변한다. 확실한 클라이막스와 강력한 한 방의 임팩트를 가진 유행가가 아니라 명징한 어쿠스틱 선율과 깊이를 간직한 기품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노래의 가장 큰 특징은 비워냄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단아함이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리듬과 선율의 움직임이라는 두 가지를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기타'만으로 시종 흘러가 완급 조절이 필요한 보컬, 연주 둘 모두 고도의 관록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렇듯, 클래식에서 체득한 따뜻한 온기와 팝의 감수성이 깊게 밀착한 곡은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완성되는 연주곡이지만 어렵다거나 고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사랑했지만', '출발', '오후만 있던 일요일'처럼 분명한 멜로디 라인이 살아있고, '왕의 남자'의 '먼 길'등과 같은 영화음악에서는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이병우는 어느새 우리네 음악의 거장으로 우뚝 서있다. "주로 영화음악에서 솜씨를 드러내고 있지만, 애잔한 선율미의 포크 곡에서도 자신의 실력과 개성을 발현했다"(음악잡지 '인터내셔널 피아노'기자 윤석진)
대표곡
출발(1989) - 어떤날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1991) - 양희은
오후만 있던 일요일(1985) - 들국화
마리이야기(2002), 스캔들(2003),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OST

"그의 본령은 80년대겠지만 91년에 쓴 '옛사랑' 하나로도 90년대 존재감은 막강하다"(임진모), "한국 대중음악의 서정성과 노랫말의 시적 여운을 풍부하게 만든 작곡가"(CBS 라디오 프로듀서 강기영) 사실, '남발'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이문세 리메이크 현상'은 이만한 멜로디를 더 이상 뽑아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한 삶의 단상들이 엮어내는 '좋은 선율'은 늘 팬들의 감수성을 대변했으며 시 같은 노랫말은 그들을 위무했다. 멋들어진 편곡과 세련된 기교 없이 시대를 지배하는 어떤 트렌드라도 돌파하는 힘이 바로 그로부터 나온다.
사실 이영훈의 음악은 가사까지 총총히 살펴보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바로 그의 노래가 한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텔링'인 탓이다. 이문세 13집에 수록된 '기억이란 사랑보다'만 보더라도 마지막 부분에 멜로디와 함께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라는 가사를 깊게 아로새기는 그 부분은 끝내 멜로디를 정점으로 이끌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담백한 멋을 그려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붉은 노을', '깊은 밤을 날아서'와 같이 기승전결 뚜렷한 곡을 쓰기도 하지만, 이 곡처럼 그 형식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아 그 구조를 정확히 나눌 수 없는 것도 그의 노래의 큰 특징이다. "우리들 한 시절을 위로한 멜로디. 아름다우면서도 한국적 오리지낼러티가 뛰어나다"(음반기획자 이주엽)
대표곡
사랑이 지나가면(1986), 깊은 밤을 날아서(1986), 광화문 연가(1988), 옛사랑(1991), 붉은 노을(1991) - 이문세
● 공동 14위 김동률 (6표)
김동률의 곡은 늘 필살의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그의 전매특허인 클래시컬한 발라드든, 업 템포의 빠른 비트든, 혹은 재지한 발라드든 어디서든 '멜로디'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대부분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서정적 선율을 느끼고,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의 웅장함을 체감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그의 작법은 오히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쪽에 더 가깝다. 솔로 4집에 발표한 '사랑하지 않으니까요'의 앞의 건반 편곡부분은 바로 'Lately'를 떠올리게 하며 솔로 1집의 '내 오랜 친구들'과 스티비 원더의 'Ebony eyes'는 노래가 시작하기 전, 건반으로 카운터 리듬을 세는 부분부터 시작해 C에서 E7으로 진행하는 코드와 텐션까지도 동일하다.
또한, '클리셰'란 문법도 단골 메뉴이다. '클리셰'란 똑같은 코드가 계속 진행이 될 때 그 지루함을 없애기 위하여 베이스음은 그대로 놓아두고(페달 톤), 반음 혹은 한 음씩을 상행, 하행시킴으로써 좀 더 음악적으로 들릴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그 중 전람회 1집에 수록되었던 '하늘높이', 이소은 < Senorita >앨범에 실렸던 '그대이길 바래요'(작곡 김동률)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1번에서는 한 코드가 무려 4마디씩이나 걸쳐있는데 왼손 베이스를 'E'로 잡고 오른손의 코드를 F#7-F#m7-5으로 하행시키면서 팝적인 울림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2번 역시, Ab을 베이스 음으로 가지면서 Ab-Gb-F-E로 하행시키는 동일한 방식이다.
대표곡
기억의 습작(1994), 취중진담(1996) - 전람회
그땐 그랬지, 거위의 꿈(1997) -카니발
사랑한다는 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2001) -김동률

가수 이승환은 유희열에게 '선비와 양아치의 감성이 공존하는 뮤지션'이라는 표현을 썼다. 주지하듯, 그는 서울대 작곡과 출신, 그리고 국내 싱어 송 라이터들의 산실인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이라는 골든 로드를 밟았다. 허나, 그에게는 이런 커리어를 대변해주듯 응당 나와 주어야 할 복잡한 코드워크라든지, 거대한 스트링의 전개, 혹은 나 홀로 음악에의 천착이 없다. 오히려 그의 음악은 예상 가능한 전개이며, 단순하고, 대중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멜로디여서 아주 담백하다. 아마도 위의 언급한 이승환의 표현은 어쩔 수 없이 배어나오는 클래시컬한 감성 외에도 '마지막 로맨티스트', 김장훈의 '난 남자다'와 같이 호기를 부려보는 '양아치'의 감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초기의 그의 작품인 유재하 가요제 수상곡 '달빛의 노래', 이소라의 목소리로 불려진 'Happy christmas' 등에서는 분명 재즈적인 감성과 화성이 짙게 지배했다. 허나 적어도 토이의 곡에서만큼은 이런 흐름이 눈에 띄지 않는다.
2집의 타이틀 곡인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좋은 사람'등은 모두 C 스케일의 다이아토닉 스케일(CM7, Dm7, Em7, FM7, G7, Am7, Bm7-5), 그리고 코드의 진행을 익힐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투 파이브(Ⅱm7-Ⅴ7) 진행 안에서만 활용되었다. 지극히 평범한 코드의 사용이 어떻게 멜로디를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이렇듯 서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에 회화를 연상시키는 멜로디와 일상의 사소한 감성을 붓 터치하듯 표현하는 작곡가"(CBS 라디오 프로듀서 강기영)
대표곡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1996), 바램(1997), 좋은 사람(2001) - 토이
조조할인(1996) - 이문세
난 남자다(2000) - 김장훈
아무말도, 아무것도...(2000) - 박정현

굳이 음악적으로만 따져 분석을 한다면, 복잡한 화성의 재즈와 발라드, 잘게 쪼개지는 리듬의 알앤비와 비교했을 때 록과 펑크(funk)의 패턴은 아주 간단하다. 몇 안 되는 코드워크도 쉬울뿐더러 이것을 계속적으로 반복시키기 때문에 결국은 이 구성에서 얼마나 캐치한 멜로디를 뽑아내는가에 승패가 달려있다. 타고난 선율감각과 리듬감으로 무장했으나, 음악은 결국 마음 가는 데로 쉽게 가야한다는 철학을 가진 그의 음악은 처음부터 그러했다. 데뷔작 패닉 1집의 히트곡들인 '왼손잡이', '아무도'를 들어보면 역시 똑같은 코드를 돌려가면서 그 위에 '나나나'와 같은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가사를 심어놓았고 패닉 3집의 히트곡 '숨을 그림 찾기'에서는 아예 동요적인 베이스의 흐름, C-D-E-F-G-A-D-G(도,레,미,파,솔,라,레,솔)이라는 상행 진행으로 그려놓았다.
그룹이 가져다주는 제한된 이미지 때문인지 '패닉'시절에는 이렇듯 쉬운 코드와 선율을 가져다 썼지만, 솔로 1집으로 들어오면서 그는 좀 더 화성학 적인 접근을 하게 된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쓸데없이 복잡하다거나 코드에 기대는 진부한 전개를 하지 않는다. 늘 애정을 품어왔던 블루스 풍의 'Rain'에서는 이제껏 그에게서 접해보지 못한 긴장감 도는 진행이 있었지만 거창한 피아노 테크닉 대신 4비트의 간소함으로 편곡했고, 소울과 모던 록의 느낌이 부드럽게 공존하던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어쿠스틱의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간 '다행이다'도 모두 한 가지씩을 덜어낸 소박함을 보여주었다. 한 곳에 무게를 두면 다른 하나는 내려놓을 줄 아는 그만의 여유로움으로 늘 곡의 균형감각을 잃은 적이 없다. "서사 구조가 뛰어난 엘리트 작곡가"(음악평론가 고영탁)
대표곡
왼손잡이, 아무도(1995), UFO(1996) - 패닉
롤러코스터(1997) - 카니발
Rain(1999),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하늘을 달리다(2003) - 이적
● 공동 17위김도훈 (5표)
인기곡을 쓴다고 해서 트렌드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만을 일삼는 것도 아니면서 음악 팬들에 대한 호소력을 늘 잃지 않는, 현 가요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한 때 유망한 가수를 꿈꾸다 작사가의 길로 들어선 '최갑원'과의 콤비로 휘성, 아이비, 거미, 세븐 등의 히트곡들을 써냈다. 일례로, 미디엄 템포 발라드가 2005년 절정에 다다랐을 때, 과감히 이 트렌드를 수용, 중견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장혜진'에게 선사하여 히트를 기록한 점은 단순히 곡을 쓰는 작곡가를 넘어 시대를 지배하는 트렌드를 이끌고 만들어 갈 줄 아는 작곡가임을 시사했다.
엠보트와의 작업으로 흑인 음악 분야에서 명성을 쌓았지만 사실,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말랑말랑한 팝 감성이 뛰어나며 이는 초기에서 더 잘 찾아볼 수 있다. S.E.S(에스이에스)의 'Just a feeling', 박효신의 < Soul Tree >앨범에 실린 '나처럼'은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명곡 'Just the two of us'의 코드를 그대로 빌려온 듯한 코드워크의 구성이며 이는 그가 아주 즐겨 쓰는 진행이기도하다.
'Just two of us'원래는 Ab- key로 진행되지만 비교가 쉽도록 C-key로 바꿔 코드를 살펴보면 F-E7-Am7-Gm7-C7-F로 이루어지고, 'Just a feeling', '나처럼'의 코드 역시 C7의 대리코드인 'Gb7'을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대로이다. 사람들은 흔히 베이스의 진행이 하행으로 흐를수록 느낌이 더욱 팝 적이고 세련되게 느낀다고 생각하는데, A에서 G, G에서 C로 건너 띄는 것 보다 대리코드인 Gb을 베이스음으로 가지면서 F로 마치는 것이 정확한 하행진행이 되기 때문에 살짝 바꿔주는 그의 센스 역시 돋보인다.
대표곡
With me(2003), 불치병(2004) -휘성
기억상실(2004), 어른 아이(2005) -거미
신재홍 (5표)
'사랑보다 깊은 상처', '너를 위해',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 등의 노래들을 보면 낮은음과 높은음의 차이, 사람들이 흔히 '스케일이 넓다'라고 말하는 음역의 폭이 아주 크다. 임재범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듀엣곡 버전으로 후에 박정현이 불렀을 때, 그 키를 그대로 가져와 부른 것만 봐도 알 수 있고, 박미경의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는 호흡 조절 자체도 어렵지만, 버스(Verse)부분과 코러스(chorus)부분이 거의 두 옥타브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인지 유독 그의 곡은 임재범, 박효신, 양파, 박미경 등과 같이 스킬이 아주 좋은 가수들에게 많이 불러졌다.
또, 그만이 가진 뚜렷한 멜로디라인은 그 독특한 선율 감각 덕에 발라드와 알앤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간다. 애즈원과 양파의 알앤비, 임재범과 박미경의 파워 발라드라는 두 장르 사이의 치우침 없이 어떤 상황에서건 그 서정성을 오롯이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신재홍'은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의 완벽한 진행으로 듣는 이들을 쉼 없이 끌고 가는 고품격의 주조 능력을 가진 작곡가이다. "그만의 독특한 멜로디 라인은 세월이 지나도 그 오리지널리티가 사라지지 않는다"(SBS 라디오 프로듀서 고민석)
대표곡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1989) - 조정현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1996) - 박미경
사랑보다 깊은 상처(1997), 너를 위해(2000) - 임재범
다 알아요(1999) - 양파
원하고 원망하죠(2001) - 애즈원
● 공동 19위나원주 (4표)
뮤지션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듣는 음반인 만큼 그의 음악은 '히트곡'의 관점이 아닌 곡 안에서의 여러 편곡방식과 작법 스타일의 측면에서 들어야한다.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에게서 흡수한 감각적이고 웅장한 스트링 편곡을 바탕으로 조지듀크(George Duke)와 키스자렛(Keith Jarrett)의 재즈적인 감성코드, 그리고 몇몇 곡에서 잠시 내비췄던 가스펠 성향의 곡들이 바로 그가 지금껏 지향하는 음악적 목표이다.
그 중 유능한 건반 세션으로서의 그는 '보이싱' 편곡 부분에서 매우 능하다. 보이싱이란 코드를 어떻게 배열하느냐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c'라는 코드(도, 미, 솔)를 그 곡의 느낌과 흐름에 따라 루트음인 'c'를 기준으로 해서, 미, 솔 순서로 나열할 것인지, 아니면 솔, 미로 쌓을 것인지, 혹은 텐션으로 배열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대표곡 '나의 고백'은 시종 피아노로 풀어가는 반주이지만 촌스럽다거나 지루하게 들리지 않는 것도 바로 뛰어난 보이싱 능력 때문이다.
또한, C-key로 보자면 보통 첫 코드는 토닉인 'c'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그는 당연히 안정적으로 출발해야할 코드가 아닌 데에서 오는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솔로 2집의 가장 팝 적인 감성이 충만했던 'Just for you'와 '기다립니다'의 독특한 느낌이 바로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솔로 1집의 타이틀 곡이었던 '사랑했나요'처럼 무려 5번의 스케일변화가 나오는 변화무쌍한 조옮김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스케일의 변화가 끊김이 없이 부드러울 수 있는 것은 코드가 전환될 때 미묘하게 그 스케일의 첫 음을 멜로디에 심어주는 그의 센스가 있다.
대표곡
나의 고백(1997), 니가 내리는 날(1998) -자화상
믿음(1998) -이소라
사랑했나요(2003), 그대 때문이죠(2005) -나원주이현정 (4표)
국내만 보더라도 주류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전문 작곡가는 매우 드문 편이다. 알앤비라는 장르가 조금을 생경했을 1995년부터 꾸준히 '한국형 알앤비'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작곡가 이현정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첫 번째 히트곡이기도한 이기찬의 'Please'를 시작으로 당시 신생 레이블이었던 '엠보트'와의 작업을 통해 전성기를 맞게 되는데 바로 휘성과 빅마마, 거미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이가 바로 이현정이다.
그녀의 노래들은 무엇보다도 여성을 겨냥한 야리야리하고 섬세한 선율이 특징이다. 그녀의 음표들이 타고난 감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의외로 아주 똑같은 코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성에 무리하게 기대는 것이 아닌, 똑같이 진행되는 코드와 리듬이더라도 전혀 비슷하게 들리지 않는다.
악보를 훑어보면 이 4곡은 모두 동일한 코드로 쓰였으며, 'Please'와, '그런일은'은 리듬조차 한 치에 틀림도 없이 그대로다. 다시 말하면, 그녀의 곡의 키워드는 'Fm6'이다. 위의 4곡이 스케일이 달라서, 전혀 같은 코드로 느껴지지 않지만, 위의 곡들을 모두 C-key로 돌려 생각한다면 모두 C-Fm6의 진행을 갖는다. ('안되나요'의 경우 C+5에 더 가깝지만, C+5음이 '라b'이므로 Fm6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보통 메이저 스케일에서 마이너 음을 차용할 경우 세련되긴 하지만 막힌 느낌을 주기가 쉬워 곡이 답답해져버릴 수 있다. 그래서 마이너에서 코드를 빌려올 경우, C스케일에서의 9번째 음인 '레'와 같이 열린 느낌을 줄 수 있는 음을 멜로디에 심어놓고는 하는데 바로 2번과 3번 악보에서 마이너 코드로 넘어갈 때에 정확히 '레'음을 써주는 그녀의 섬세함을 여기서 볼 수 있다.
대표곡
Please(1996) - 이기찬
그런일은(2000) - 박화요비
고백(2001) - 장나라
안되나요(2002) - 휘성
Breake away(2003) - 빅마마
※ 동일한 표를 얻었을 경우 가나다순으로 정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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