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초간단리뷰

정도전 / 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

Aminas 2015. 1. 2. 15:55

2014 - 7

 

50부작 / 정도전

 

 

 

 

방송이 시작하고 조금 뒤늦게 이 드라마의 소문을 듣게 됐다.

원래부터 정통사극이나 대하사극을 아예 안 보는 사람은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는 적극적으로 챙겨보게 되지 않은 것 같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퓨전사극은 근래까지 꾸준히 봐왔는데

정통사극은 매번 열심히 챙겨보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 뭐 이게 내 성향인가.ㅋ

 

그래도 그 옛날 꼬박꼬박 챙겨보던 <불멸의 이순신>이나 <대왕세종>은 내게 꽤 감동의 기억을 안겨준 작품들이다.

<명성황후>나 <황진이>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꽤 많은, 즐겨본 정통사극들 중의 하나. 황진이는 퓨전에 가까우려나.ㅎ

그러고보니 내 기억속 첫 사극은 정선경, 임호, 김원희의 <장희빈>,

당시 진짜 열심히 챙겨봤고 <사씨남정기>에까지 꽂혀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옛적에 우리 아빠 열심히 보시던, <정도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용의 눈물>도 난 보지 못했다.

나름 공부하던 시절이라 볼 만도 했을 텐데 왜 난 이 명작을 보지 않았던가...;;;

 

여튼 요즘, 오랜만에 정통사극에 푹 빠져봤다.

특별한 건, 왕이나 왕후가 중심이 아니라 신하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딱 한 사람이 조명되는 것이 아니며 여러 캐릭터가 동시다발적으로 주인공 분위기.

게다가 보통은 어느 한두 캐릭터에만 설득력이 있곤 하는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나름의 신조가 명확한 인물들이며

이들의 신념과 이해관계가 대단히 유기적으로, 그래서 절묘하게 맞물리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게 이 드라마의 강점이랄까. 

 

그래서 더 매력적이며 흡입력과 몰입력이 대단!

물론 이 모든 것이 흘러가는 역사의 과정들이었다는 게 때론 섬뜩하기도 하지만 짐짓 놀라울 뿐이고 

그래서 보면서 또 보고나서도 꽤 많은 상념에 잠기게 되는 작품이 바로 정도전.

 

혹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이쪽편이다 저쪽편이다 이야기하기도 하던데

나는 신기하리만큼 여러 인물들의 입장에서 다 보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는 다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야당에서 여당까지 경험하신 전방위 정치이력의 작가님이 쓰시는 이야기라 그런지 뭔가 달라도 달리 보이는 정치사극인 느낌인데

서로 다른 생각이 있을 뿐이지 옳다 그르다를 딱 무 자르듯이 이야기하기가 힘든 게 결국은 정치구나 되내인다. 그래서 참 싫은 게 정치고. 쩝... 

그러고보니 <프레지던트>도 함께 쓰셨던데 정치드라마의 묘미가 그때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대단하신 분...ㅎㄷㄷ

 

고려를 뼛속까지 사랑한 최영과 정몽주가 틀리다고 말할 수 없고

능수능난한 능구렁이 이인임도 좋은 정치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치도사라 말하는 데는 이의가 없다.  

난 최영 장군 돌아가실 때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흰머리 덥수룩한 노쇠한 한 충신이 자신의 절개를 끝까지 지키는 모습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기에 그렇게도 눈물이 주룩주룩... 

 

역사는 어쩌면 승자의 기록이라서 실록에 적힌 정도전의 최후는 비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학자들에 말에 의하면 정도전이 남긴 마지막시조에서는 끝까지 그 기개를 잃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 부분이 드라마 마지막에 잘 전달된 것 같고...

 

적어도 1398년 이 시기에서만큼은, 나에게는 이방원도 아픈 손가락, 정도전도 아픈 손가락이다.

그렇게 새 나라 개국을 위해, 아버지를 위해, 열혈 발로 뛰었으나 소외되어 잔혹킬러가 된 이방원도 아프고

백성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합리적인 국가건설에 제대로 이바지했으나 권력속에 괴물이 되어버린 정도전도 아프다.

이 모든 상황을 뜬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이성계가 제일 아프겠구나...ㅠㅠ 

 

역사에 만약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궁금해지긴 한다.

 

이성계가 애초에 방원을 세자로 책봉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왕권의 이방원과 신권의 정도전이 좁혀지지 않았을테니 언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당연한 비극이었을까.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거울이라 심심치 않게 이야기하곤 하는데

왠지 이런 좋은 정통사극이 하는 역할은 그 이상인 것 같다.

현실정치는 참 싫은데 그래서 솔직히 부끄러운 일이지만 눈가리고 귀막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나인데;;; 정치사극은 이상하리만큼 재밌다.

뭐 이것을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큰 탓이겠지만, 뭔가 좀더 생각을 하며 살자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