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초간단리뷰

[경성스캔들] 두 남자의 아픔...

Aminas 2008. 7. 9. 21:20

 

11부까지 했으니깐 서서히 종반을 향해 달려가는 경성스캔들

 

청률이 때문에 아쉬움이 짙지만 그럼에 더 몰입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들과 함께하는 나는 요즘 참 행복하다...

내가 마치 그들과 함께 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그들의 연기에

이내 몰입하며 울고 웃는 나를 발견하며

간만에 삶의 특별한 활력소를 얻었다고나 할까..  고맙소..

 

그럼에 감상문을 안 쓰고 지나갈 수가 없네...

특별히 반전 기념으로다가...

다른 감상문처럼 감상만 나열하기엔 또한 아쉬운 맘에

(솔직히 경성은 드라마 안팎으로다가 할 말이 내겐 너무 많다...)

왔다갔다 할 감상문 아닌 감상문을 지금부터 써볼까 한다.

 

 

난 류진이란 배우를 순정 이후로 이미 완소 목록^^에 올려놓았었다.

참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는구나... 키크고 멋지고 목소리까지 좋구나... 하고...

허나... 조금 미안하지만...ㅋ

경성에서는 완이를 연기하는 강지환이 조금더 좋단다^^

하지만... 11부를 끝낸 시점에서는 왠지... 이수현 그부터 논해야 할 것 같다...

 

 

 

 

# 1. 한 남자의 아픔... 이수현

 

소름끼치는, 예상은 했었지만, 너무 아픈,,, 어제의 마지막 장면...

"애물단 수장 이수현입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암울한 시대를 직시한 깨인 청소년이었다.

지식인층으로써 완이의 형 민과 함께 비밀리에 독립운동에 가담했었고

그러다가 아픈과거를 지닌 시대의 희생양 우리의 송주를 만났었더랬다.

하지만... 아직 수면위로 부각되지 않은 이유모를 민의 죽음을 계기로 그는 꽤 아픈 길을 자청한다.

인호에게 말한 것처럼 밀고는 해도 안 해도 그 사람에게는 아픔을 준다는 것이 사무쳐온다...

 

이 드라마의 큰 줄기가

시대의 아픔 속 독립운동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 ,

그 속에서도 분명 존재했을 그들만의 시대속 암울한 로맨스를 적절히 결합한 것이기에

내가 더 감사해하고 그면에서 작품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드라마 속에 일본이 조선을 압박하는 장면이 이제껏 여타 드라마처럼 드러내놓고 보이지 않는다하여

그 시대의 아픔이 결코 적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 독립운동이란 건 나같은 어리버리는 꿈도 못 꾸는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인데,

수현은 그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모습으로 

총독부에 들어가 그만의 외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다...

민이 형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사실은 그만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데...

 

걱정이다... 그의 앞날이...

원작을 읽지 않는 이유도 이수현의 존재 없이

로맨스만 부각된 스토리는 내게 그닥 댕기지 않기 때문인데,

앞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어 이수현의 정체를 서서히 조여올 이강구의 모습에

그럼에도 독립운동에 박차를 가해야 할 그의 삶에

벌써부터 맘이 저려온다...

 

송주와 완의 오해에도 꿋꿋이 지켜왔던 자신의 정체를

이젠 밝힐 수밖에 없었고

밝히고 나서 그가 감당해야 할 앞으로의 시련에

그의 미래가 그저 너무 아프기만 하다...

 

고뇌하고 아파하던 그의 우수에 찬 눈빛을 보며

류진이라는 배우가 연기하지 않았더면

과연 저렇게 중후하고도 포커페이스가 살아있는

실감나는 연기가 나올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적절한 캐스팅이란 말을 하고 싶고

그가 연기했던 꽤 많은 작품을 즐겨봐왔던 나로서는

이 작품이 그의 연기사에 길이 남을 결말이길 소원한다...

다소 아픈 끝을 맞이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너무 잔인한건가...^^

류진님, 당신 참 멋있습니다...

 

 

 

 

 # 2. 또 다른 한 남자의 아픔... 선우완

 

10부의 마지막장면...

"이젠 니가 나한테 혁명을 가르쳐줘, 그럼 내가 너한테 사랑을 가르쳐줄께..."

 

자신을 향해  아무것도 아니라던 여경의 말에 고뇌를 거듭하던 완이

며칠 후에 찾아와 의미심장하게 던진 말...

이 말이 그냥 멋있으려고 한 말이라면 큰 오해다...

형에게 가서 묻고 또 물으며

'형 내가 이 길을 가도 되는 걸까... 형도 원해?...'

지금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선택이 과연 무엇인가 골백번 고민하고 내린

아주 특별한 말일 것이다...

더이상은 외면할 수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것이 비록 한 여자를 향한 맘에서부터 시작하였지만

어쩌면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바라온 일일지도 모르는... 그런 그의 일이 되어버린 독.립.운.동.

 

완은 이전까지는 룸펜이라는, 그저 놀고먹는 지식인층에 지나지 않는, 아주 한심한 남자였다...

하지만 현재 겉보기에 그의 태생이 부유하다고 하여, 이렇듯 좋은 기럭지를 타고났다 하여,

첨부터 그렇게 산 인생은 아니었기에

지금의 남모를 그의 아픔이 난 더 아프기만 하다...

그는 누구보다 민 형을 존경하고 친구 수현을 아끼던 맘 착한 완이었다는...

 

하지만...

친구의 밀고로 형을 잃고... 동시에 어머니를 잃은 아픔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깊숙한 상처로 남아

그를 깨인 지식인의 삶에서

방탕한 지식인의 삶으로 한순간에 전락하게 한다.

내가 대응할 수 없는 세상이면 대응하지 않겠노라

내가 바꿀 수 없는 세상이면 그냥 그렇게 즐기며 흘러가겠노라 하며

생각 자체를 심히 부정하고 살아왔거늘...

 

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나여경이란 신여성 덕택에

그의 속에 눌려있던 시대를 향한 외침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아직까지는 본인의 의지가 아닌 듯

어쩔 수 없는 한 여인을 향한 연정의 행로인 듯 비취지만

곧 보여질 누구보다 조선을 사랑하고 아낄 모습이 기대된다...

 

그는 여경을 보고 애물단의 정체를 알아가는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독립운동을 하여 세상을 완전 바꾸기는 쉽진 않겠지만

내 주변 평범하디 평범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 정도로 소중하게 뛰는 삶들이

나에게는 그저 놀고먹는 한량하게 보내는 삶이라니...

결국은 내 나라의 운명이 나의 운명이고

그 운명에 따라 나의 삶도 결정되는 것인데

그 운명을 바꿀 생각은 안고 순응하는 데 대한 양심의 소리를 이젠 외면하기 힘들구나...하고...

 

그러면서 이렇게 바뀌어가겠지...

사랑하는 우리 형이 걸었고,

친구 수현이가 걷고 있으며,

이젠 내 사랑하는 여자가 걸을 수밖에 없는 길이라면

나도 걸어보리라... 정면으로 대항하여 바꿔보리라...하고 말이다...

 

사실 내가 완을 연기하는 강지환의 연기력에 더 몰입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가 아니었더면 역시 완은 그저 평면적인 인물이었을 듯 하다.

하지만 노력파 연기자 강지환의 고군분투로 살아움직이는 캐릭으로 성장한

완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다양한 표정연기와 애드립에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만을 기대하는 시청자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의 이런 모습 이면에 덧붙여질 독립투사 모습이 벌써부터 설레온다.

 

또한 앞으로 수현의 정체를 알고 심히 아파하고 미안해할 뜨거운 눈물이 기대되고,

여경과 독립운동을 하며 때론 위험천만한 일 속에 가슴을 쓸어내릴,

그럼에도 더 꽃피어갈 그들의 사랑이 벌써부터 가슴 설레고 짠해온다...

그의 가치가 빛나게 될 앞으로의 행보가

경성을 절대 닥본사하고 예습복습 충실히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지환님, 두근두근... 그대는 참으로 멋있는 남자입니다...

 

 

잘 만든 드라마는 자고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배우들의 명 연기는 참으로 감동에 감동을 더 한다...

고맙다...

그 시대의 아픔을 이렇게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어서...

그들의 삶에 지금 한량한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해주어서...

 

                                                        - 2007.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