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초간단리뷰

응답하라 1997 / 극본:이우정 김선혜 김란주 연출:신원호 박성재

Aminas 2012. 11. 30. 21:49

2012 - 12

 

16부작 / 응답하라 1997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뭐 뛰어넘어주면 나야 땡큐지만 하필이면 나의 시대를 이렇게 다시 영상으로

그것도 대단히 재밌는 스토리까지 얹어져서 볼 수 있었다는 게 참 행운이다 싶다. 

 

가끔은 책가방 둘러메고 등하교 하는 중고생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쳇바퀴 돌듯 그들도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겠구나 싶어 딱하다 싶으면서도

적어도 그 시절엔 계산하지 않고 한없이 내 편이 되어주던 친구들이 있고

학업, 입시 스트레스로 닦달하는 어른들이 있긴 했어도 그래서

더 무조건적으로 물질적으로 지원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셨구나 싶으니 부러워진다.

손벌리면 무엇이든 내어주시는, 그것이 하나도 거리낌이 없었던 시절...

 

어느덧 내 인생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 시점이 찾아오면

문득 그때의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랑을 받고 컸구나 자각하면서

비로소 철이란 게 조금씩 들어간다.

그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고 순수함이 영악함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다.

 

사실 보는 동안 윤제와 시원의 이야기에 보다 집중했던 걸 부인할 수 없는데

끝나고보니 정작 내 안에 남은 건, 그들과 같이 흐른 나의 기억, 나의 추억들이구나.

 

 

 

 

 

결국 시원이와 윤제는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꽤나 살 만한 영원한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마지막회에서 그간 곱게 접어두신 애정씬 대폭발하시며 많은 이들에게 해갈을 선사해주심에 땡큐를 전하며...ㅎ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면 꼭 느끼게 되는 것 하나,

그들이 아닌 다른 주인공들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생초짜인 정은지와 서인국, 그네들이 시원과 윤제였기에 더욱 다행이었고 많이 괜찮았던 응칠이...

당신들의 열연에, 그 열정에,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열광을 했다오~

 

 

 

 

 

제작진님들께 진정 감사를. 어쩜 이런 대단한 아이템으로 대박을 치셨을까요...

당신들의 엄청난 기획 덕에 과거를 잊고 현재에 치여 낭만을 잃어가던 수많은 청춘들이 힘을 얻었습니다. 진정 고맙습니다...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으시는 그 디테일함들에 고개가 꾸벅~! 윤제가 그래서 팔 뿌러졌는지는 절대 예상 못했으요.ㅋ 

 

꼭 내 부모님을 보는 것 같았던 성동일아부지 이일화어무니, 당신들이 계셨기에 우리 시원이와 윤제가 빛이 났습니다.

걸죽한 사투리에 정감있는 모습들이 한동안 그리울 겁니다... 보는내내 큰손 어무이의 음식을 그렇게나 한번 받아먹어보고 싶었습니다~

 

사투리 쓰는 것만 빼고는 진짜 내 친구들 같았던 광안고 동창들. 준희 학찬이 유정이 성재.

남녀공학을 다녔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그들 모습에 나의 다양한 추억이 오고갔다는 거~

내가 비록 빠순이는 아니었지만 90년대를 수놓았던, 혹자의 말을 빌리면 마지막 낭만시대를 그려주었던,

수많은 대중문화의 역사들을 그들 못지 않게 찬란하게 기억하고 체험하고 있는지라 매장면장면이 소중했구나. 느그들 진짜 멋진거 아나?

 

그리고 태웅오라버니, 가지고 계신 능력과 상반되게 여인 보는 눈은 그리 높지 않으신 듯한ㅋ 구수하고 정감 넘치는 최고의 훈남.

객관적으로나 스펙으로나 사실 윤제보다 오빠가 나은 건 인정한다니까요. 진짜 부인마저 빠순이로 얻으신 당신을 축복(!)합니다~

 

 

 

 

 

안녕, 나의 9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