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초간단리뷰

투윅스 / 극본:소현경 연출:손형석 최정규

Aminas 2014. 1. 28. 18:29

 

2013 - 9

 

16부작 / 투윅스 

 

 

아빠는 위대하고 또 위대했다...

 

어떤 전문가는 초반 이야기의 집중도(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 집중도) 때문에 기선제압에 밀렸다 이야기하더라.

1부 장태산의 탈주를 위한 여러 배경 설명에 몰입이 힘든 대중들이 적잖았다고 본 것 같다.

하지만 난 그것이 너무 좋아 극에 사로잡힌 대중...ㅎ;

 

1부만 해도 의미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반달 분위기라 딱히 매력적으로 그려진 주인공이 아니긴 했다.

그럼에도 나는 가슴 한켠에 남모를 그리움과 정을 꾹꾹 눌러담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헛헛한 뒷모습이 내내 맘에 남았다...

그냥 난 이런 상처입은 군상들의 애잔한 이야기에 맘을 쉬이 빼앗기는 종자인가보다;

 

그렇게 오늘 죽어도 좋고 내일 죽어도 좋을, 여러모로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가던 장태산에게

잠재적 오매불망 그리던 여인이 나타나 꿈에도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리며 골수이식을 요구한다.

그리고 바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누명을 뒤집어쓰고, 이젠 그 딸을 위해 죽자고 살아 나가야만 한다...

 

처음부터 부성애가 끓어올랐다기보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며 극적으로 탈주하던 매순간들이

그에게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 느낌이다.

누가 그러는데 모성애는 본능이고 부성애는 학습이라더라.

이것이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 태산도 어느 정도는 학습을 한 것 같다.

탈주 에피소드들이 그런 역할들을 톡톡히 해준 것 같고,

또 딸 수진이와의 상상의 대화들도 태산을 점점 강하게 하면서

나중에 수진이와 진짜로 대면하고 이야기할 때는 부쩍 아빠 느낌이 폴폴 풍겼으니 말이다.

그렇게 강해진 아빠 태산의 모습을 보고 싶어 내내 응원하고 또 응원했던 거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태산이

딸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시시때때로 자신도 모를 정도의 초인적 힘과 기지를 발휘한다.

그것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고 우리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던 순간들이다.

 

선이 악을 이기길 바라고 정의가 불의를 뛰어넘길 소망하며 살지만 

실상은 그러기가 힘든, 반쯤은 아니 그 이상이 시궁창 같은 현실...

그래서  투윅스가 보여준 선의 승리가 이리도 뜨겁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그 위대함을 보여준 아빠 태산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이토록 매끄럽고 아름다운 엔딩이라니...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이 완성도를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다행히 여기 투윅스에게는 예외여서 기뻤다.

끝으로 갈수록 힘을 잃고 헤메는 많고 많은 작품들 속에서

투윅스는 가야할 방향과 목적, 그리고 끝마저 제대로 보여주고 떠난 자랑스런 작품이 되었다~

 

무엇보다 역할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인물들 모두가 끝까지 빛난 것 같아 보기 좋드라.

개인적으로 주연에 몰빵하여 시청하는 스타일은 아니라 오히려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에게 무언가 여운이 깊이 남는 결말이 그렇게 흐뭇했다.

 

결국 악의 축 문일석이 잡혔다. 끝까지 어떻게 해보려다 되려 눈이 먼 문일석... 죗갑 죄대로 받는구나.

보이지 않게 된 그를 이젠 더 이상 태산패밀리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지?ㅎ

옥수수를 빼앗기는 장면의 싱크로.. 그게 이리 짜릿할 줄이야...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결말은 아무래도 태산 인혜 승우 관계들... 어떻게 되든 누군가는 슬플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해서...

태산이 갑자기 아빠 노릇하겠다고 할까봐 오히려 걱정했다. 하지만 나의 허접한 생각일랑은 소작가님께 전혀 해당하지 않았다.ㅋ

 

2주가 너무 극적이다보니 자신을 너무 쉽게 용서한 듯한 인혜에게

오히려 훗날 제대로 된 남자,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싶다 하는 태산.

그런 태산에게 그 어떤 것도 묻지 않고 편안하게 보내주는 인혜가 넘 이뻤다.

그 말을 몰래 들으면서 눈물만 떨구고 있는 애어른 수진이는 어땠고...ㅠ

한층 더 성숙하여 멋지게 컴백할 거라 완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핏줄로 맺어진 가족의 울타리를 제대로 경험한 승우의 결정도 맘이 아련해오기는 마찬가지... 

인혜와 함께 했던 4년의 세월을 슬프지 않게 그렇게 납득이 가게 마무리해주셔서 작가님께 고마웠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고작 2주를 뛰어넘는 시간이리라...

 

사실 캠핑장면이 태산패밀리가 처음으로 함께한 행복한 장면임은 분명한데

개인적으로는 눈물을 펑펑 쏟은 눈물의 명장면이 되었다.ㅠ;

아빠가 떠난다는 걸 감지한 수진이가 잠자는 아빠 품에 쏙 안겨 자는 장면에서,

그런 수진을 꼭 안고 눈물 흘리는 태산의 장면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훌러버렸다흐...

아... 다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또 오겠지... 암 올거야...

 

마지막으로 박검의 깨끗해진 화이트보드를 보면서도 눈물이 핑...

그녀도 이젠 자신의 삶을 살아내겠지 싶어 맘이 놓였다.

미숙이와 함께 애잔하게 마무리해주신 장면에서 소작가님께 또 한번 감동.

인물들이 저마다 자신의 삶을 잘 이겨나가고 있는 여운이 제대로 느껴져서 

좋은 종류의 먹먹함이 맘에 한가득 채워졌다...

 

아... 진짜 좋은 결말이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