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시시콜콜

윤도현의 러브레터, 윤도현을 추억하다

Aminas 2008. 11. 11. 18:52

 

 

윤도현을 가수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존경하고 아끼는 팬으로서

요즘 들려오는 여러 얘기와 상황에 맘이 너무 아팠다.

 

내가 참 즐겨듣던 윤도현의 뮤직쇼,

또 내가 정말 좋아하고 아끼던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이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단다...

 

왜 사라지는가를 여기서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가 해주었던 그간의 멋진 활약을 되짚어주고 싶은 게다.

더 멋지게 퇴장하지 못함이 못내 아쉬울 그의 맘을 생각하니

그저 맘이 짠할 뿐이며 또 바라만 보고 있어야하는 팬의 입장이 그렇게 서러울 수 없다.

 

그래서 오늘은, 그였기에 가능했던 대한민국 1등 음악프로그램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의 그의 활약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그였기에 가능했던 대한민국 1등 음악프로그램

 

 

 

 

 

 

1. 기본기 탄탄한, 준비된 뮤지션

 

 

음악을 오래도록 해온 베이스가 탄탄한 뮤지션, 윤도현.

여기 타잔을 기억하는 한 소녀가 있다는^^

 

그러했기에 그는 어느 가수가 나와도 주눅 들지 않고

그 어떠한 음악적 얘기도 쉽게 풀 수 있었고

또한 심도 깊게 나눌 수 있었다.

 

난 그게 너무 좋았다. 신변잡기가 아닌

진짜 음악 얘기가 가능했던 유일한 음악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준비된 뮤지션은 뭐든 가능했다.

즉석에서 듀엣을 하는가 하면,

코러스를 넣기도 하고,

즉흥 연주를 마다하지 않는 등

그는 준비된 MC이자 음악인으로서

다양한 게스트들과 함께 호흡했던 멋진 뮤지션이었다.

 

 

 

2. 오버와 언더, 그 누구와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멀티 뮤지션

 

 

음악을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로 나눠야 하는 현실,

아니 나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어쩔 수 없으니까 그 얘기는 각설하도록 한다.

 

그는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음악적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었던,  

오버와 언더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뮤지션 중의 한 사람이었다.

 

오버와 언더로 확연히 구분되는 현 음악계 현실,

그리고 오버의 음악만이 소비되는 현 지상파 텔레비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음악을 꿋꿋이 하고 있는 뮤지션들에게

그는 꽤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좋은 음악이 소개될 기회조차 얻기 힘든 현실 속에

그들의 음악을 잘 모르는 대중에게

가끔 어색한 말투 같지만 진정 친숙하게 

그렇게 전해줄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너무나 잘 해주었다.

 

그의 시작점이었던 언더 시절의 환경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그,

그리고 고맙게도 현재 자신의 음악을 쉽게 알릴 수 있는 환경에 서 있는 그,

그는 그 모두의 음악을 가슴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참 MC였다.

 

 

 

3. 가수는 Live, 현장감을 제대로 전달한 Energetic MC

 

 

러브레터의 가장 큰 장점은

고품격 양질의 음악을 라이브로,

그 현장감을 그대로 안방까지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라이브 현장을

무엇보다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는 "밴드"의 음악을

공중파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해준 역할이 가장 크다 하겠다.

 

음악을 조금이라도 듣는다치면

MR과 밴드의 사운드 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임을 안다.

 

아무래도 그가 속해있는 YB의 역할이 가장 컸다.

진행자의 색깔이 프로그램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밴드가 서기도 힘들고, 서더라도 그나마 핸드싱크만 만연한 여타 음악프로그램과는 달리

텔레비전에서 다양한 밴드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고마운 진행자였다.

 

그는 때론 밴드의 음악에 협연을 마다 않고

파워풀하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으며

또 다양한 포맷에 직접 참여함으로 관중과 시청자들을 흡족하게 했다.

최근에 특집도 이래저래 많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러브레터를 통해 많은 음악을 소개받기도 했고

밴드의 소중함을 더욱 느꼈다고나 할까.

편파적인 연주자의 식견 하나만 덧붙이면

귀로 듣는 음악의 최고봉은 정말 밴드의 맛이라는...^^

 

 

 

4. 다양한 장르를 포섭,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마당발 MC

 

 

그는 의외로 음악적 편식이 없는 뮤지션인 것을 아는가.

그의 라디오를 즐겨 들었던 사람으로서

그 사실은 아주 공공연하다.

 

그의 음악이 락의 기본을 두고는 있지만,

힙합, 알앤비도 즐겨 듣고 좋아하는 이라는 걸 너무 잘 안다.

또 그에게는 Desperado를 즐겨부르는 서정적인 모습도 있고

락앤롤을 외치며 방방 뛰는 락커로서의 모습도 있다.

가끔 즉석에서 트로트를 땡겨부르기도 하고

바비킴과 클럽 음악으로 몸을 흔들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두루 즐기며

라디오로 맺어진 가수들과의 인맥도 대단하여

그와 친분이 있는 가수들이 러브레터에 나올 때면,

흥미로운 토크와 음악 이야기, 릴레이 쥬크박스 등등

꽤 유익하고 재밌는 시간이 자주 펼쳐졌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5. 음악을 사랑하는, 그래서 음악 앞에서 더욱 솔직한 가수

 

 

그는 그가 하고 있는 음악만큼이나 솔직한 사람이다.

있는 얘기는 하되, 없는 얘기, 아닌 얘기는 지어내서 하지 못하는 스타일. 

 

한편으로는 순수한 것이어서 뮤지션으로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로되,

그걸 뮤지션의 순수함으로 보지 않는 경우,

적당한 넉살과 안면몰수가 필요한 지금의 사회에서는

그의 모습은 자칫 철없고 융통성 없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런데 난 그런 그가 그래서 더욱 좋았다.

아닌데 좋은 척 하는 것이 뻔히 보이는,

그저 대본을 외워서 기계처럼 전달하는 여타 진행자와는 달리,

자신의 주관에 따른, 때론 편파적인 듯 하지만

도를 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오히려 보였던 그만의 진행방식은

다른 진행자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날카로움이자 뮤지션으로서의 무기였다고 봤다.

 

노래를 정말 못 불렀는데 너무 좋았다고 하지 않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 아는 척하기보다는 솔직하게 묻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당황하면 당황한 대로,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그가 풀어갔던 진행방식은 다른 진행자에게서 볼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담긴 독특한 진행방식이었다.

 

음악을 잘하는 가수가 나왔을 때,

선후배 가릴 것 없이 그가 연발하던 진심이 담긴 감탄사들...

그리고 그 음악을 듣는 청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함께 즐기며 좋아라하던 순수한 모습...

 

어째 한동안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지난 여름, 300회 특집> 그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막을 내릴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텔레비전에서도 라디오에서도, 이젠 그의 입담을 즐길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

앨범 준비한다며 라디오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는다 할 때도, 난 다시 돌아올 줄 믿었었는데...

라디오에 문자 날려서 유일하게 선물을 받았던 프로그램이라 더더군다나 애착도 많은데...

그를 이젠 진행자로서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맘이 정말 많이 아프다.

 

그런데 또 골똘히 생각해보면, 그간 가끔 그의 진행을 지적하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그가 겪었을 아픔을 생각하니 이젠 편히 쉬라 하고 싶은 맘도 크고 그르타...

 

난 윤도현을 그저 추종하는 소위 말하는 빠가 아니고

인간적인 매력에 끌려 그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특이한(?) 케이스의 팬이라 그런지

그가 떠나가는 지금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그에 대한 라디오 추억이 하나 떠오른다.

라디오에서 갑작스럽게 전화연결을 했었더랬다.

그의 아버지와 나두던 많이 어색하고도 진솔했던 통화와

그리고 어린 딸과 나누었던 말도 안 통하던 짤막한 통화는

참으로 인간적인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기억이었다.

멋진 아들이자 아빠이기도 한 그, 윤.도.현.

 

그가 자주하던 말들이 의외로 많이 기억난다.

그를 한편으로는 파주 시민으로, 또는 세탁소집 아들로,

친숙하고도 편안하게 추억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뭐 객관적이려고 쓴 글은 아니고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윤도현을 추억하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다.

혹시나 짧은 식견과 잘못된 기억으로 내용의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젠 내 기억도 가끔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ㅎㅎ

그래도 나는 6년이 넘는 긴 장정을 마친 그에게

이렇게라도 헌정^^을 하고 싶었달까...

 

 

 

 

 

 p.s.

도현오빠, 새로운 앨범을 기대하겠습니다.

이젠 그 음악들 속에서 편히 쉬세요...

그리고 멋지게 놀아주세요...

 

그동안 너무너무 수고하셨구요,

팬으로서 이기적인 바램이라면

가까운 시일 내에 또 라디오에서 만나고 싶다는 것^^

하지만 재촉하고 싶진 않아요...

그저 편해졌을 때, 그때 편히 만나요...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를 추억하며 개인적으로 몇번이고 돌려봤던

김조한과 함께했던 영상을 덧붙인다...

 

영상 제공해주신 분께 무한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