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3
16부작 / 난폭한 로맨스
참 어울리지 않는 두 말, '난폭한'과 '로맨스'란 말이 함께 갈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하지만 이 제목을 잘 이해하고 보기만 한다면,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를 따라가는 것이 낯설지만은 않다.
흔한 장르인 로맨틱코미디를 미스테리한 사건과 함께 끌고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거기다가 야구라는 소재와도 절묘하게 버무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마저 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신기하게도 그것 모두를 참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두 주인공의 관계를 단순히 잡어먹지 못해 안달인, 난폭한 사이로 만든 것을 뛰어넘어
이야기의 흐름까지 꽤 난폭하게 어찌보면 잔인하게 그려내는 데도 성공한 느낌이랄까.
사실 요즘, 이런저런 드라마를 보면서 분명해지는 나님의 취향이
내가 드라마의 대사들에 필요이상으로 주목하고 있구나 라는 건데^^;
그래서 상투적이거나 멋부리려는 대사들을 보면 점점 참지 못하는 것도 같고,
또 반면에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절묘한 타이밍의 절묘한 대사를 만나기라도 하면
기대 이상의 희열 아닌 희열을 느끼면서 더욱 빠져드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난로는 내게 그런 범상한 말들의 매력을,
특히나 언중유골(오~ㅎ)을 많이 전달해준 매력이 아주 컸던 드라마였다.
게다가 야구에 빗대면서 그 의미나 내용 또한 훨씬 풍성해진 느낌이고.
우선은 무열과 은재가 야구를 인생의 동반자적 느낌으로 바라보는 탓에 그들의 말들 안에 묵직한 감동이 적지 않았던 것 같고
또한, 동아나 종희가 조금(?)은 독특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대사들역시 댕!하고 내 머리를 때리는 느낌일 때가 많았다.
뭐 다 훑을 순 없겠지만 주조연 가릴 것 없이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말들에 고개가 많이 끄덕여졌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는데 좋은 드라마에는 좋은 캐릭터들이 많다는 거다.
난로 역시 참 좋은 캐릭터들이 많았다. 아... 이제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구나...
마지막으로 그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이제 진짜 마무리.
왕싸가지 박무열. 안하무인에 자기밖에 모르던 한 남자가
난폭한 한 개념녀를 만나면서 조금씩 성장하여... 이젠 누가봐도 훈남.ㅎ
아직 말하는 뽄새가 여전히 싸가지없긴 하지만,ㅋ
생각만큼은 누구보다 깊은 청년이었음이 판명...
무열아, 우리 은재 잘 부탁한다... 사랑 많이 받아야만 하는 여인네란다~
바라던 캐릭터로 돌아온 배우 이동욱, 그의 연기에는 이제 믿음도 함께 실린다. 멋진!
사랑스런 꼴통 유은재.
무척 다혈질이지만 생각만큼은 곧고 당찬 여인네.
전에 본 적 없는 캐릭터라서 더 사랑스러웠는지도 모르겠는데
은재를 200% 예쁘게 표현해준 배우 이시영에게 먼저 박수를...
여배우가 이토록 자신을 내던지기란 결코 쉽지 않은데 진짜 완.전. 멋졌다.
정말이지 시걸즈와 박무열을 함께 응원하는 요 여인의 매력에 아니 빠질 수가 없다. 최고!ㅎ
2인자의 설움을 제대로 대변해준 진동수&오소영.
외톨이 무열을 오랫동안 지탱해주던 적잖은 힘의 원천.
사실 다소 답답시럽게 보인 커플이긴 했지만,
둘의 사랑만큼은 특히 진동수의 희생플라이는 두고두고 기억될 파워오브러브.
신개념 직구커플 김태한&김동아.
이 둘의 얘기만으로 영화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여길 정도로 매력만땅커플.
이성적이기만 하던 김실장이 동아를 욕보인 서윤이땜에 불같이 화를 내고
생각이라는 걸 줄곧 외면하던 동아가 김실장에게 울면서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와... 이 커플이야말로 개과천선(?)커플 아니오???ㅎㅎㅎ
생각보다 적은 비중은 아니었던 고기자.
박무열안티에서 박무열서포터로 변모해준 것도 고마운데
가끔 개념말까지 내뱉어주시고... 저 고기자님 팬됐음돠~ㅎ
배우 이희준, 어디에선 생활연기의 달인이라고까지 하던데^^
앞으로 무궁한 발전 기원~ㅋ
왠지 섭섭한, 천재화가 강종희.
이쁘고 사랑스러운 면도 많았지만
예술가는 이렇게 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디로 튈지 당최 모르겠던 불쌍한 여인네.
결국 사랑을 잃었지만 끝까지 쿨했던 그녀의 태도가 신기하리만큼 예뻐보인...
제시카, 시청률 덕을 좀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소...
난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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