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 기사를 봤다.
1994년의 가요계를 회고한 글이었다.
내가 문득 예전 써놓은 글이 떠올랐다...
그랬다... 그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전무후무할 그 시대를 공유했다는 게 참 고마웠다.
그래서 좀 지난 글이지만 다시 회고해보고 싶어졌다.
그때 그사람들에 대한 얘기들을 말이다...
1. 21세기, musicain보다는 performer, entertainer, product의 시대
21세기에 등장한 가수들 중에는
노래 잘 하는 가수는 많지만,
노래까지 잘 만드는 가수는 많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 가수가 노래만 잘 하면 되지
잘 만들 필요까지 있냐고 하시는 분들께는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솔직히 이들을 10년, 20년후에도
무대에서 계속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을 가수로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가수란 자고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팬들과 공유하며
일정량 이상의 공감을 이끌어내야만
그 생명력이 길기 때문이다 ...
노래 잘 부르는 가수는
노래방과 유흥문화의 발달(?)로
계속 넘쳐날 것은 분명한데,
대부분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창법들, 이젠 똑같은 컨셉들까지,
솔직히 지겹기 짝이 없으며,
자신의 특별한 색깔 없이
그 시대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몇몇 히트송제조 작곡가들의 손에 만들어진 곡에
자신의 목소리와 느낌을 끼어맞추듯
워우워~ 노래만 하는 가수라...
춤만 잘추는 가수라...
예능을 더 잘하는 가수라...
글쎄... 단시간에 즐기고 지나가기엔 무리가 없을지 모르나
오래도록 가수로 사랑받기엔 한계가 많을 듯 보이는데...
뭐 롱런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 대중에게는 의미없는 넋두리겠지만
적어도 지지하는 이들이 있는 가수라면 오래도록 사랑받아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요즘 싱글 위주의 짧고 잦은 활동들은 자신들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것일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뭐 그마저 단기간 돈을 많이 벌면 그만이다 하면 할말 없고,
또 결국은 가수가 아닌 다른 일이 목표였다면 더 할말 없지만...
이건 과연 나만의 생각일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는 것처럼
가수가 명곡을 남기는 것만큼 영광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싶은데...
내가 소시적에 그러했던 것처럼
시대 음악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요하는 10대 팬들에 의해
반짝 스치듯 지나가는 유명세는 탈 수 있을지 몰라도
훗날 그들이 기억되기란, 아니 그들의 음악이 기억되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이는데...
이것도 나만의 생각일까...
그래서 나는 오늘 요 시대 1990년대 를 짚어보고 싶었다...
2. 90년대, 대중음악사의 길이 남을 중흥기
소위 대중가요 르네상스였다고 하는 1990년대 전후로
수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이 등장했다.
게다가 장르를 불문하고 등장했었기에
음악을 사랑하는 다양한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남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7,80년대에도 물론 음악을 하던 많은 뮤지션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암울한 시대를 반영하듯,
그들의 노래는 정치와 경제 논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으며,
서양 팝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고
세계주류 음악시장과는 거리가 있는
특정한 몇 장르만 대중적으로 소비되던 시대라 대중음악의 부흥기를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가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의 대중문화가 비로소 꿈틀거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조금씩조금씩 문이 열리고 있을 무렵,
하필 서태지와아이들이 등장하여 우리의 대중음악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대대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아니지, 이런 말은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므로 이렇게 바꿔야 하겠다.
그들이 비로소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90년 전후 크고 작은 노력과 시도로 이어지던 대중음악의 저변이
비로소 이들의 등장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90년 전후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수많은 젊은 싱어송라이터 뮤지션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던 젊은이들의 수많은 시도 덕택에
한국 음악도 결코 세계음악에 비추어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게 했다.
현재 그들은 여러가지로 위태위태한 한국 대중음악 곳곳에서
여전히 숭고한 장인정신으로 기둥 역할들을 하고 있다...
정말이지 그들이 있었기에 대중음악은 지금의 발전을 이루어냈으며
또한 그들이 지금도 버티고 있는 한
어렵다고 하는 현 한국의 대중음악 문화가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90년대 완소 뮤지션들을 짚어보려 한다...
지극히 비전문가인 내가 들여다보는 뮤지션에 대한 식견이 다소 부족할 수 있고,
또한 객관적이려 노력했으나 어차피 개인의 나부랭이 글에 지나지 않는 속성상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된 듯하니 이해해 주시길~^^
3. 90년대 가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완소 뮤지션 24인
서태지 (서태지와 아이들)
댄스 음악도 음악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철학을 던져주었던,
늘 최고의 것만을 추구하는 신비의 천재 뮤지션
유영석 (푸른하늘 / 화이트)
서정적인 가사와 비대칭(?)의 여린 목소리,
감미로운 발라드의 절대 지존
윤상
유학 이후의 그의 음악세계가 더욱 기대된다...
일렉트로닉 감수성 만땅의 소심한^^ 작곡가
조규찬
어쿠스틱만으로도 충분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남자,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지닌 최고의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
김현철
고급스런 재즈와 고풍스런 발라드를 넘나드는,
무엇보다 브라스가 특히 맛깔스런 최고의 프로듀서
천성일 (노이즈)
댄스 음악의 절대지존, 하우스 음악의 선구자
한 시대를 풍미하고는 꼭꼭 숨어버린 보고싶은 작곡가
유희열 (토이)
저질의 개그와 양질의 음악을 넘나드는
아이돌의 아버지, 오덕후계의 천재 뮤지션,
사진 잘 나왔다...ㅎㅎ
정석원 (공일오비)
실험정신이 강한 음악에서부터 가슴을 애리는 발라드까지
뭐든 주저하지 않는 앞서가는 천재 작곡가
이현도 (듀스)
한국형 힙합의 선두주자,
그의 힙합에서는 늘 이현도냄새가 난다^^
좀더 듀스의 활동이 길었더라면 아쉬움이 덜할텐데...
이적 (패닉)
음악으로 글을 쓰고, 음악으로 그림을 그리는,
동해번쩍 서해번쩍 뭔가 했다하면 깜놀하게 하는
비범한 골똘을 즐기는 작곡가
박진영
그의 도전정신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한국의 잭슨황제를 꿈꾸는
참~ 욕심많은 춤추는 작곡가
김원준
그의 다양한 음악 색깔보다
잘생긴 얼굴이 더 부각되어 아쉬웠던,
그래도 평생 음악할 것 같은 미스터 쾌남 뮤지션
신승훈
서정적 발라드와 슬픈 멜로디의 원조 작곡가,
진심으로 열창하고 팬과 호흡하려는 음악계의 신사
이승환
목소리는 발라드, 독특한 이력의 락과 메탈,
하지만 그는 의외로 경쾌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잘 만드는 것 같다는...
최고동안, 화려한 액션 싱어
김건모
기네스북에 오른, 애절한 콧소리와 풍부한 가창력의 소유자,
그가 만든 음악에서도 그의 냄새가 난다...
작지만 큰 마른털
김조한 (솔리드)
개인적으로 정재윤의 음악이 그리운...
하지만 정재윤만큼이나 그의 음악 또한 무척 감미롭다.
한국에 알앤비 바람을 일으킨 최고의 보컬
김동률 (전람회)
낮은 목소리만큼이나 진중한 음악을 하는,
그가 하면 모든 노래에 진정성이 흐른다
윤종신
공일오비의 객원싱어에서
주옥같은 가사로 뭇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각적 작곡가로...
김광진 (더클래식)
교과서에 실릴 만큼의 대박곡을 쓰신 분,
꾸준히 음악하시면서 또한 꾸준히 일하시는
부지런한 작곡가
강현민 (일기예보 / 러브홀릭스)
슬픈 멜로디부터 강렬한 메탈 사운드까지,
주변인들이 인정하는 진정 맘착한 작곡가
신해철 (넥스트)
환경콘서트의 대부, 재즈까지 넘보는 욕심쟁이,
그의 음악은 늘 아슬아슬하지만 화려하다...
이승철
그가 노래하면 부티가 난다...
진짜 편하게 노래하는 천부적 싱어
이현우
꿈을 부르던 청년에서 외로움을 노래하는 가수로,
이젠 행복함을 노래할 로맨틱 작곡가
정재형 (베이시스)
슬픈 멜로디와 떨리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빠리지앙,
왠지 모를 고독함이 묻어나는 피아니스트
이들 대부분은 1990년을 전후로 등장한 유능한 싱어송라이터들로
상대적으로 브라운관에 보이는 횟수가 적을 뿐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분들이다...
이들이 물론 예전만큼의 인기와 명성을 얻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이 버텨주는 음악계는 분명 희망이 있다.
싸구려 짝퉁 음악이 판치는 요즘
그들만의 음악 색깔로 계속 음악팬들의 곁을 찾아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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