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초간단리뷰

뿌리깊은 나무 / 극본:김영현 박상연 연출:장태유 신경수

Aminas 2012. 1. 10. 19:28

2011 - 13

 

24부작 / 뿌리깊은 나무

 

 

 

 

 

우선은 현세에 이런 수작을 감상할 수 있음에 감격이다.

지금 우리가 말하고 쓰는 글자의 소중함을 제대로 깨우쳐준,

아주 의미 깊은, 드라마 이상의 드라마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팩션사극은 확실히 매력있다.

게다가 원작마저 탄탄하면 매력은 배가 된다.

물론 이것도 개인 취향일 건데,

다소 무겁고 진중하게만 다루는 전통사극보다는

요러한 팩션사극들이 확실히 볼거리도 많고 오감을 자극하는 것 같다.ㅎ

앞으로도 요러한 장르 계속 대기 중이신데, 과연 계속 괜찮을지는 두고봐야겠지...음

 

길었다면 긴 여정이 끝이 났다.

그간 참 신명나게 봤는데 왠지... 아쉬움이 좀 크신...

뭐 이건 지극히 개인차일 뿐.ㅎ

 

작가님들을 어느정도 신뢰한다치면, 결말이 어떻게 나든 믿고 지지하는 편인데도

가슴 한켠이 쪼매 답답한 건 필시 내가 몬났기 때문일꺼야.ㅠ 정말 그 때문인 거라고!ㅠ

 

우리가 떡 하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대로

한글은 유포, 그리고 반포 되었으며

훈민정음을 낭독하시는 세종의 위대한 업적이 찬란하게 빛났던 마지막회.

 

그 안에서 처절하게 죽어간 사람들...

 

소이가 독화살을 맞고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장면에서 가장 많이 울었다.ㅠ

저 아이가 저리도 목숨걸고 하는 일에 대한 무게와 가치를 알고 있으니 더욱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채윤 역시 그런 소이의 뜻을 지켜주고자 추노크리 복장하시고 왕한테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데

이 장면에선 복선과도 같았던 스승 이방지의 말이 스쳐가면서

에고, 저 아이 결국은 그리되는구나 싶어 그를 향한 가여움이 극에 달했다.

여기까진 내가 진짜 가슴 부여잡고 엄청 슬퍼하였다...ㅠ

 

근데, 반포식을 엎기 위해 머리 정돈하신 개파이가 등장하고,

그 개파이한테 무휼이고 채윤이고 속수무책 당하는데...

(난 왜 이 장면이 관대하게 봐지지 않았을까.ㅠㅠ)

이어서 뭐 적진이긴 하지만 그 개파이도, 윤평도, 정기준도 차례로 세상과 이별하는데...

보면서 계속 어머어머 또또 하며 머리가 복잡해지는 나...

 

소이 없는 채윤의 삶이 아무리 힘겹더라도 우리 채윤이를 그렇게 쉽게 보내버리다니.ㅠ

최고 무사 무휼을 그리 보내시면 우리 세종은 이제 누구하고 노나요...ㅠ

이것들은 생각보다 약(?)했던 마지막 격투신들에 내가 설득당하지 못해서가 크게 한몫한다.

 

물론 소이가 그토록 바라던 세상을 끝까지 제 눈으로 보고자 자리를 겨우겨우 지키고 있던 채윤을 보면서

그것이 비록 개인의 소원 같아 보이기는 하나 이 한글이 그런 염원들을 하나하나 담은 것이라 생각하니

그 가치가 절대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임이 스쳐가긴 했지만... 또한 느껴지는 답답함...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한글의 유포와 반포는 이미 막을 수가 없는 흐름.

그렇게 세상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시작한 찬란한 한글! 두둥!

 

이후... 자신의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후 홀로 남겨진 세종... 그리고 계속되는 정치적 갈등 예고편들...

시간이 흘러 꽤 평정심을 찾은 듯한 세종 같아 보였지만

여기서 왠지 모를 청년 이도의 모습도 겹쳐 흐르면서 가슴 한켠이 끝까지 먹먹...

그래, 결국... 갈등의 쉼없는 반복이 또한 역사로구나...

 

뭐 어디까지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이 모든 것의 의미를 따져볼 때 이들이 다 죽음을 맞이함으로 해서

한글 창제가 이토록 힘들고 어렵게 된 것이라 강조하고 싶은 것 같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다 죽는 건 너무 슬픈 일...ㅠ

그래서인지 괜시리 보여주는 상상속 행복한 모습도 왠지 씁쓸.

 

뭐 나만 이리 생각해서 오버하는 거일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간의 업적을 절대 허투루 여기지는 않기 때문에

한글창제의 과정과 세종의 인간적인 면모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뿌나에게

기립박수 쳐주고 싶은 생각에는 변함없다.

난 그냥 단지 다 죽은 게 너무 허망해서 이리 주저리...ㅠ

 

무튼, 세 달여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던 작품이 또한 이별을 고했다.

무엇보다 석규세종을 만난 것이 가장 큰 수확이고

이토록 고마운 한글을 다시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것이 의미있었다.

작가님들 다음엔 SF 하고 싶으시다던데 기대하겠어요~ㅎ

 

뿌나, 그간 참 고마웠다.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