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초간단리뷰

학교 2013 / 극본:이현주 고정원 연출:이민홍 이응복

Aminas 2013. 10. 3. 19:11

2013 - 1

 

16부작 / 학교 2013

 

 

2013년 애정하던 나의 첫 작품이 막을 내렸다. 처음과 끝이 다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든 게 우리나라 제작현실인데 그걸 그것도 지상파에서 감히 해내고야 만 것 같아서 우선은 감격이다. 뭐 본격 시즌제를 걸고 나온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다섯 번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작품이라서 시작부터 요란했고 그래서 기대감도 컸던 게 사실인데 아니나다를까 방송하자마자 여기저기 캐릭터들의 포텐이 터지기 시작하며 인기가 급상승하는 게 아닌가. 와우. 예전 학교시리즈를 좋아했던 청자로써 내심 기뻤다. 무엇보다 여러모로 진일보한 이 드라마에게 경외감까지 느끼며 푹 빠져본 지난 두 달... 왠지 앞으로도 이렇게 때마다 회자될 것 같은 작품이라서 뿌듯하기도 하고, 고로하여 마지막을 맞이한 이내 맘은 더없이 아쉽기만 한...

 

이 드라마가 시작하면서 사실 난 예전에 봤던 <학교1,2>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오래전이라서 에피소드가 가물가물하기도 했고, 지금과는 어떻게, 또 무엇이 다를까 궁금도 하였어서 말이다. 몇몇 가지 키워드들을 떠올려보니 우선은 당대 학교 현실을 녹여내려했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그런데 느낌은 많~이 다르다. (뭐 이건 과거와 현재의 간극에서 오는 차이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때는 학생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럼에도 낭만적으로 그려낸 느낌이다. 그래서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느낌이 컸달까.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 시대에는 그것이 더 어울렸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과는 다르게 꽉 닫힌 결말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러나 이번 <학교 2013>은 감성 뿐 아니라 우리네 이성에게도 호소하는 느낌이면서 학교 안에 가지를 치고 상생하는 모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게 확실히 구별되는 차이점. 그래서 더 시리고, 더 아팠고, 더 와닿은 느낌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작품이 작품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해야 하나. 뭐 격찬이라해도 그렇게 굳이 표현하고 싶다 나는. 여튼 보는 내내 참 잘 만들었다 훌륭하다 멋지다 좋다 감탄하기에 바빴던고로... 그러나 이젠 보내야 할 시간...ㅠ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피는 꽃...

 

학교라는 공간이 언젠가부터 한숨이 피어나는 곳이 되었을꼬... 뭐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꿈을 갖고 건강하게 사는 아이들도 적지 않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툭 까놓고 얘기해볼 때 시름을 갖고 있지 않은 학교란 있을 수가 없지 않나. 종류가 다르고 크기와 무게가 다를 뿐 어디하나 바람잘날 없는 곳이 바로 학교라는 공간 아니냔 말이다. 나부텀도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미 중1때 우리반에서 자퇴라는 걸 한 아이가 있었고, 눈으로 패싸움이란 걸 목격하기도 했으며, 위아래로 자살한 교우가 있었고, 윗분들의 압력에 힘없이 잘린 선생님도 경험했다. 그것들을 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애쓴 드라마에게 큰 박수를...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이미 그럴 수가 없는 현실인데,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이 땅에서 소신을 갖는 게 그토록 힘든 우리네 선생님들, 꿈과 비전이란 말을 듣기도 전부터 점수 1,2점에 눈물을 삼켜야 하는 가여운 학생들... 뭐 말해봤자 입만 아프고 눈물나는 현실인데 그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었다는 게 이 드라마에게 경의를 표하는 지점이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선뜻 똑바로 보려고 굳이 애쓰지는 않는 부분이니까...

 

교사라고 해서 완전한 존재가 아니며 학생이라 해서 아예 불완전하지도 않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때로는 흔들리며 가는 하나의 사람일 뿐이다. 그렇다고 속삭여준, 그렇다고 토닥여준 드라마라서 좋았다. 나란한 평행선이라 절대로 만날 수 없을 것만 같던 인재와 세찬의 가치관도 그렇게 흔들리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결국엔 한 목표로 포개졌다. 그리고 이제는 방황하고 있는 청춘을 향해 문 활짝 열고 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교사가 되어 서 있다. 아... 엔딩이 여운이 남다 못해 먹먹할 지경이다. 내일 비록 또 좌절하게 되더라도 현재를 살아가며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그렇게 정호를 기다리며 서 있다...

 

오운리 성적에 일희일비하며 '나'라는 정체성은 가방 속에 쑤셔놓은 채 기계처럼 공부만 하던 민기랑 하경. 얘네들이 실상 자.립.이라는 걸 하기 위해 치룬 대가들도 적지만은 않았다. 물론 아직 다 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진행중인, 그렇게 조금씩 알을 깨고 나오는 그네들의 모습들에 왠지모를 안도의 한숨과 흐뭇한 미소가 교차한다. 허나 지금이라도 당장 집문을 열고 들어가면 엄마와 또 부딪힐 지도 모르고, 떨어진 성적 때문에 또 내 소중한 친구를 미워하게 될 순간이 찾아올 지도 모를 일... 하지만 흔들린만큼 분명 단단해졌을 테니 또한 잘 이겨낼 거라 그렇게 꽃을 피워낼 거라 믿게 되는...

 

 

 

 

 

 

 

사랑보다 빛난 우정, 그리고 동료애

 

이 드라마의 흥행에 있어 결정적 한방은 아무래도 흥순커플. 얘네를 부르는 말이 너무 많아서 다 할 수도 없는데ㅋ 사랑보다 절절했던 우정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적셔주고도 남았다. 그간 주인공들 중에서 이토록 무기력한 이가 있었던가. 학교에 오자마자 잠을 청할 거면서 굳이 지각하지 않으려 아침밥을 굶는 아이, 아이들에게 딱히 관심없어 보이는데 불의를 보면 만화책을 집어던져서라도 구해주는 아이, 아웃사이더 냄새 폴폴 나면서도 따뜻함을 가진 아이가 바로 고남순. 그냥 이 아이는 사.랑.이다~ㅎ 단짝 박흥수는 또 어떻고! 친구 때문에 인생도 잃고 엄마도 잃었다 절망에 빠진 또 한 명의 흔들리던 청춘. 때마다 미안해서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남순이 그토록 싫었던 건, 제 다리 아작내서가 아니라 그런 자기를 두고 떠나서였다 이야기하는 어쩔 수 없는 남순앓이놈.ㅠ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였던 징하디 징한 그 우정이 쉽사리 버려졌다는 데 대한 분노가 서서히 사그라들던 과정 과정들이 지나고나니 무척이나 애틋하다. 인생의 깊은 터널을 일찍 통과한 그들이라서 얘네 우정은 보는 내내 훈훈 그 자체...

 

기대치 않았었는데 뜨끈한 우정으로 또한 우릴 감동시킨 또 한편의 아이들, 바로 오이지 트리오. 결국 그 시절엔 친구가 제일이고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그들이라서 각별하다. 아무리 못나고 못됐어도 친구라서 버릴 수가 없다. 외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제 싸웠더라도 오늘 또 달려가는 우정을 발휘하는 게 지훈과 이경이고, 한쪽에서만 빚지고는 감히 친구 먹을 수가 없어서 엄마 반지까지 팔아버리는 속아픈 정호 되시겠다. 인생의 성공을 좋은 친구가 곁에 얼마나 남아있느냐로 얘기하지 않던가. 얘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들을 살고 있는 중...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이겨내는 것이 가시밭길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더없는 힘이 되어줄 테니까. 그렇게 서로에게 등불이 되어주거라.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는 최다니엘장나라의 폭발 케미. 뭐 나도 요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또한 러브라인이 없어서 이야기가 살았다는 데엔 백번 동감하는 바라서 그보다 빛났던 동료애를 아니 짚고 넘어갈 수가 없겠다.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적절히 보완해주던 공동담임도 보는내내 훈훈했는데, 끝나고 이렇게 생각해보니 무엇보다 서로가 흔들릴 적마다 붙잡아주던 장면들이 가슴에 절절히 와닿고 있다. "당신이.. 내가 그렇게 되고 싶었으면서도.. 끝끝내 되지 못했던 바로 그 선생이니까요...(세찬)" "놓친 거랑 놓는 거랑 뭐가 다른가요? 놓친 거는 아프고 놓는 거는 괜찮으세요...?(인재)" 동안미녀에 이어 두번째 만남에서도 대성공을 이끄신 최장커플. 이름도 적절한데ㅋ 최장으로다가 다시 한번 또 만나주세요~!

 

 

 

 

 

 

  

제작진의 뚝심, 말이 필요없는 글빨

 

학교시리즈를 최초 기획 연출한 감독님이셔서 역시 다르셨다. 드라마 들어가기 전, 감독님 인터뷰를 읽으면서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학교이야기를 끌어내려는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분 같다 했는데 역시나 그걸 해내고야 마셨다. 그리고 교실에 매니저들을 일체 접근금지를 시킨다는 카리스마에 보통은 아니시겠구나 했는데 그것이 빛을 발한 느낌이고. 과감히 러브라인 없애시더니 연장 유혹도 야멸차게 거절하신다. 그런 분명한 결단들 덕에 극적 이야기들이 훨씬 산 느낌이다. 그저 감사할 밖에...

 

그리고 두말하면 허리아픈 우리 작가님들!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로 멋지게 뽑아주실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대박박 멋진 이야기들을 들려주셔서 눈물나게 감사헙니다.ㅠ 지독할 정도로 현실스럽게 보여주시며 우리를 더부룩하게 하시다가도 그것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줄 시 구절로 우리네 감정을 폭발시키신 님들... 아, 그런 스킬은 어디에서 오는건가요... 처음부터 찬찬히 깔아놓으신 수많은 떡밥들 덕에 내내 쫀쫀하게 흘러갔던, 그 흔한 러브라인 없이도 충분히 긴장감 넘치며 우리를 선덕하게 해주었던 이야기들...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눈물나게 애정합니다...

 

"믿어지냐? 우리가 고3이랜다..." 난 마지막회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대사가 그렇게 머릿속을 맴돈다. 고3,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또 없는 거 같아서... 그래서 이 말 꼭 해주고 싶다 그들에게. 장하노라고.

 

 

 

 

 

 

 

 

 

 

드라마틱한 그러면서도 현실스런 학원드라마로 쳤을 때
앞으로 과연 이 이상 나와줄 수 있을까 감히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만큼 참 괜찮았던 드라마...
찬찬히 다시 한번 곱씹고 싶을 만큼 애정이 샘솟는 드라마...
 
이전 시리즈들처럼 여기 이들도 훌륭하게 잘 되어서 훗날 다시 꼭 회자될 수 있기를...
 
안녕, 학교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