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초간단리뷰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 극본:송재정 김윤주 연출:김병수

Aminas 2013. 10. 3. 19:36

2013 - 4

 

20부작 /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

어떻게 끝이 날까 심히 궁금했고 또 걱정도 살짝 됐는데... 역시나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선사해주신 송작님.

끝까지 변함없는 멘붕작전으로 우리를 들었다놨다 하신 마성의 작가님요~ 난 무조건 송작님 편이요!ㅎ 

 

드라마가 끝나고 여기저기서 엔딩을 해석하는 다양한 글들이 쏟아졌다.  뭐 나역시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인데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는 결말이란 게 있을 수가 없는 드라마다. 드라마를 내내 관통하던 줄기가 사실 그거였으니까...

과거 현재 미래가 평행으로 연결되어 과거의 선택이 현재를 바꾸고, 또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그야말로 실시간 라이프 업데이트ㅋ가 이 극의 재미였고 핵심이었으니까 말씀.ㅎㅎㅎ

이배우님의 말씀처럼 그중 한부분을 카메라에 담아 우리가 본 셈...

 

사실 판타지는 작가의 논리에 따르는 것이지 나의 논리를 대입해서 이해하는 장르가 아니다 결코.

개연성은 적당히 따질 수는 있겠지만, 사실 판타지월드란 게 크리에이티버티가 무한 허용되는 장르 아니던가.

나같은 경우엔 판타지극의 결말이 내가 예상한 것을 뛰어넘어줄 때 더한 짜릿함이 있는 것 같고~ㅎ

그간 적지 않은 판타지극을 보아오면서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도 같은데ㅋ

이번 나인 역시 내게 그 짜릿함을 제대로 선사해준 명작으로 기억될 것 같다.

 

 

 

 

 

 

 

 

19회 선우가 죽는다. 아,,, 전혀 예상 못했던 시추에이션...

 

극 내내 향이 선우를 조롱하며 힘들게 해온 것 이상으로

향을 쓰고 과거를 바꾸고 인간의 생사에 관여한 벌이 결코 적지 않았다.

 

향으로 벌어진 어마어마한 일을 기억하는 선우는 그렇게 과거에 갇혀 쓸쓸히 죽어간다.

 

그리고 어린 선우가 만들어가는 삶...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는 아프고 형은 붙잡힌, 어쩌면 더 처절한 과거 속에서 살아가지만

순간순간 자신의 선택을 옳다 믿으며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그렇게 차곡차곡 채워내간다.

오국장님을 만나 기자가 되고, 그렇게 하여 주민영을 만나게 되는, 

어쩌면 그의 필연적 인생들은 첫번째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게 펼쳐진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처음 선우의 삶과 어린 선우의 20년이 포개어지는 삶의 모습이 얼추 비슷하게 흘러갈 게다.

마지막 포카라로 떠나는 선우가 한 말처럼 다만 믿고 싶은 판타지가 있을 뿐인데 

보다 단단해진 선우가 좀더 괜찮은 미래를 만들어갈 거란 것 정도?ㅎ

 

아... 이 모든 메시지가 참 나인스럽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 한번쯤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라 후회해 본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인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는 거,

고로 판타지를 팩트로 만들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내 선택과 의지에 달려있다는 거.

과거의 조각조각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또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런 이치들을 놓치고

그저 하루살이 같은 허망한 것들에 쫓기듯 살아가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하여 갑자기 숙연해지는...;;;

 

물론 과거의 삶을 다시 살 수 있게만 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타지가 여전히 내게 존재하긴 하지만

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순간이 나의 또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절대 놓치지 말자는 의지가 불끈!

내 옆을 함께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하자는 열정도 불끈!ㅎㅎㅎ

 

노래를 만들고 부른 가수들이 이런 얘기들을 간혹 한다.

노래를 만들 때까지는 내 것인데 대중 앞에 부르고나서부터는 그 노래를 아끼고 들어주는 대중의 것이 된다고.

드라마도 그런 것 같다. 연출, 작가, 배우가 심혈을 기울여만든 작품이

결국은 내 안에 가치들과 만나 내 것으로 재창조되어 삶의 곳곳에 뿌리내리고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꽤 짜릿하다!ㅎ

 

내가 살아가는 세기에 이런 작품을 실시간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송작님 다시는 타임슬립 안하신다고 하여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ㅋ 뭐로든 두손들고 환영하며 기다릴 테니 늦지 않게 돌아만 와줘요~! 

원래부터 좋아했던 배우 이진욱의 내면도 엿볼 수 있어 더 좋았던 작품~ 오래도록 그렇게 우리 곁에서 진중하게 연기해줘요~!

 

 

 

 

 

 

 

 

 

 

2013년 4월 24일 다섯번째 메시지

 

내가 왜 돌아갈 수 없는지 이제 알 것 같다.

향이 바로 나였어...

향이 내 운명을 조롱한다고 싸워서 이기겠다고 했었지?

그런데 내가 바로 향이었어...

 

향을 피는 순간부터 내가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선악과였던 거야.

기회이자 저주, 구원일수도 파멸일수도 있는 향은... 바로 나였어...

향을 다 썼으니 내 역할도 다 끝난 거겠지.

난 영원히 못 돌아갈 거야... 그걸 이제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죽는 게 억울할 것도 없어.

감히 신 행세 했다는 죄책감도 갖지 않기로 했다.

결국 내가 아닌 그들 선택에 달린 거였으니까...

 

그래서 새삼 감사하게 된다.

되풀이되는 생에도 변함없이 내 옆을 지켜준 사람들...

그 운명을 선택해준 사람들에게

매번 매 생애마다 한결같이 내 가장 진실한 친구가 되어준 너에게

감사한다...